17명의 사상자가 나온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의 원인이 ‘안전불감증’으로 지목된 가운데 광주·전남에서는 올해 초부터 건설 현장에서의 사망자가 잇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광주·전남은 사망자가 민간 발주공사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전국과는 달리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비율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유의미한 분석이 나와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16일 국토안전관리원이 운영 중인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신고된 건설현장 사망사고 정보를 분석한 결과,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건설 현장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9일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4지구 철거 건물 붕괴 참사의 사망자를 포함하면 올 상반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1명에 달한다.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제주시를 포함한 호남권역 건설현장의 사망자는 15명으로, 지역별 사고 사망자는 광주·전남이 각각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전북은 2명(13.3%), 제주는 1명(6.7%)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과 깔림, 끼임 사고가 각각 4건이었고, 떨어지는 물체에 맞아 숨진 사례가 2건, 기타 1건 등이었다.

더욱이 국토안전관리원 호남지사의 분석 결과, 호남권역에서 발생한 건설 현장 사고 사망자는 민간 발주공사에서 8명(53%), 공공 발주공사에서 7명(47%)으로, 민간과 공공 발주처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민간 발주공사에 사망자가 집중되는 전국 평균치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올해 1분기(1~3월) 전국 건설현장에서는 총 10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중 민간이 발주한 공사현장에서는 71명의 사망자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는 3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통계치가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광주·전남은 공공 공사 현장에서의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 공공기관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광주·전남은 올해 민간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건설사업자의 행정 절차 불이행, 작업 순서 미준수 등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올해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건설 현장 추락 사고는 시공사에서 추락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고, 작업 중 재해자의 안전수칙 미준수로 인한 사고도 많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민간에서 발주한 공사 7건 중 지자체로부터 건축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은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4명이 사망했다.

지난 4월 광주 동구 단독주택에서 일어난 깔림사고(사망 2명·부상 2명)은 해체공사 전 동구에 건축 인·허가 신고조차 하지 않고, 해체공사와 관련된 설계도서 작성 및 검토 미흡, 안전조치 미준수, 현장관리 소홀 등 민간 소규모 건축공사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고로 분석했다.

국토안전관리원 호남지사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참사가 터지기 전부터 민간과 공공 기관 발주 공사장을 가리지 않고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통계”라며 “대형 공사의 경우 조직이 잘 갖춰져 교육이 수반되고 안전의식에 대한 관리가 지속적으로 되는 반면, 소규모 공사장의 경우 조직·비용도 없고 교육도 실시되지 않는 등 종합적인 문제로 안전불감증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들도 공사장 내·외부의 안전을 우선시 하는 것보단 손해를 보지 않고 이윤이 남아야 하는 공사 위주로 실시하는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영운 국토안전관리원 호남지사장은 “호남권역에서 발생한 건설 공사장 사망사고 집계 결과를 건설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과 컨설팅 등에 적극 활용해 건설 현장 사망사고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