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에서 유년기 및 초중고 시절을 보낸 50대 이상은 운천저수지에 대한 남다른 향수가 있을 듯하다. 향토 사료에 의하면 운천저수지는 일제강점기 초기에 상무대와 민력동의 논에 물은 대는 역할을 했고, 수영과 뱃놀이를 즐기는 장소였다고 한다.
1951년에 마륵동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420m의 제방을 쌓았다가 금호ㆍ상무지구의 대규모 택지개발 후 악취와 해충문제로 매립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1995년부터 오폐수를 차단하고 맑은 물을 공급해 저수지와 주변 7만 4000여㎡의 공간을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해 산책로, 분수, 조형물, 정자 등을 설치했다.

언젠가부터 봄이 오면 호수 주변에 벚꽃이 만개해 도심 주변에서 마땅한 휴식공간을 찾는 많은 시민들에게 낮에는 물론 음악 분수와 함께한 야경도 큰 위안이 됐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년에는 우리 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로 인해 탐스럽게 만개한 벚꽃 호수를 가로지르는 호수 안으로 이어지는 데크 산책로, 인공섬 등은 출입이 아예 통제되다보니 호수 바깥쪽 산책로만을 이용할 수 없어 도심 안의 몇 안되는 벚꽃 명소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많은 시민들로부터 큰 아쉬움을 남겼었다.

특히, 작년부터 본격 시작된 도시철도 (지하철) 2호선 1단계 공사구간에 운천제 일부구간이 포함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내년 9월 말까지는 호수 내 출입이 전면 통제 될 예정이다. 2호선은 운천저수지 옆을 지나가는 게 아니라 중간을 가로질러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저수지의 일부 구간 및 산책로를 통제할 수 밖에 없어 보행자는 우회해 지나가는 불편을 드릴 수 밖에 없다.
이는 인근 건물과 사유지를 침범하지 않는 최적의 노선을 선택하다보니 저수지 바닥 밑으로 곡선구간이 설계됐고, 공사기간 단축과 공사비용 절감을 위해 물을 빼고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산책로 부분통제, 수변 데크길과 인공 섬 진입금지, 분수 가동도 전면 중단되어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운천제 외곽도로변의 산책로와 체육시설, 시화 산책로 등은 기존처럼 이용이 가능하다.

지난 16년간의 건설 찬반에 대한 지리한 논쟁에 진정한 마침표를 찍고 협치 행정의 성공모델로 시작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은 시청을 출발해 백운광장~광주역~첨단을 거쳐 다시 시청으로 연결되는 41.843km 구간으로 차량기기 1개소와 44개의 정거장으로 만들어지는 지하 저심도 방식이다. 한 바퀴를 도는데 62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1단계는 시청을 출발해 상무역, 금호지구, 월드컵경기장, 백운광장, 남광주역, 조선대를 거쳐 광주역 까지 17km로 차량기지와 20개소의 정거장이 만들어지는 공사가 현재 동구, 서구, 북구 관내에서 제1순환도로를 따라 공정별 계획대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이어지는 2단계는 광주역 부터 시작해 전남대, 일곡지구, 본촌, 첨단ㆍ수완ㆍ운남지구를 거쳐 시청까지 이어지는 20㎞로 18개소의 정거장이 들어설 계획으로 주로 북구와 광산구를 통과한다. 3단계는 백운광장에서 시작해 진월지구를 거쳐 효천역까지 이어지는 4.84㎞ 구간으로 주박기지(운행하지 않는 시간 동안 전동차를 별도의 선로에 주차해 두는 장소) 1개소와 6개소의 정거장이 들어선다.
2호선이 건설되면 1일 수송능력은 23만 명이상으로 예상되며, 특히 상무역, 백운광장, 남광주역은 1호선과의 환승역으로 1만 명 이상의 이용을 기대하고 있다. 순환선으로 주요대학 및 택지지역의 통과로 도시철도 수혜 주민이 대폭 늘어날 뿐만 아니라 전 구간이 직선인 1호선과는 달리 지방 최초 순환선으로 역세권 중심 주거단지 개발, 상권형성 등으로 구도심과 신도심 간의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운영 중인 1호선과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첫째, 소형화(中량 → 경량) 되고 소음과 진동이 경미(철제차륜 → 고무차륜)하며, 완전 자동 무인운전(유인 → 무인)으로 운행된다. 둘째, 이동 동선이 단축되고 탑승이 용이 (지하1층 대합실을 경유 지하 2층 탑승 → 지하1층 승강장 탑승) 하다. 셋째, 1호선은 총 운행시간이 38분 (왕복 76분)인 반면 2호선은 62분으로 도심은 30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아울러 승객들의 이동 동선이 단축되고 탑승이 쉬어지며 출퇴근 시간대 등 승객이 많을 경우에는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아무쪼록 장기간 이어지는 공사기간 동안 시민들께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도심 교통흐름에 지장을 줄 수 있으나 2호선이 개통돼 시내 전역을 대부분 통과하게 되면 그동안 수혜를 받지 못했던 지역의 도시철도 이용시민이 대폭 늘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1, 2호선을 중심으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연계하면 도시철도 중심의 양질의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아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기후 온난화로 인한 도심 열섬현상의 완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등 친환경적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며 사계절 항상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