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학교에는 교장이 있다. 교장은 학교의 장이므로 학교의 뒤 글자 ‘교’에 ‘장’을 붙여 교장이라 칭한다.

회사에는 ‘사’의 ‘장’ 즉 사장이 있다. 또 검찰청에는 검찰청장이 있고, 국세청에는 국세청장이 있다. 하지만 교육청의 장은 교육청장이라 하지 않고 교육감이라 한다.

교육감이라는 호칭에는 또 이상한 점이 있다.

학교에는 교장과 교감이 있고, 교장의 서열이 교감에 앞선다.

그러나 교육청은 교육감이 교육장보다 위 서열이다. 교육감은 시도교육청을 대표하고, 교육장은 시군구 등 지역을 관할하는데도 그렇다.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교육감보다 교육장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시도 교육청의 장을 왜 굳이 교육감이라 부를까?

여기에는 상명하복의 감독주의 교육문화가 숨어 있다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또 교육자치 시대가 시작되면서 시도로부터 독립한 교육청이, 아직도 대표자의 호칭에 있어서는 진정한 독립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먼저 감독주의 교육문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교육감이 한자로 敎育監이라는 데 근거를 둔다. 監은 통상적으로 감독자를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청이 학교를 지휘 감독하는 구시대적 관료주의가 그 호칭에 배어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학교자치와 학교자율화에 반하는 호칭이라고 말한다. 또 학교자치가 이루어지지 못한 아주 오래전, 교육청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하여 지휘하고 관리하던 시대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기관장의 호칭에 있어서만큼은 아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원래 학교 교육에 관한 업무는 시도지사의 관할이었는데, 교육자치제도가 도입되면서 교육청이 만들어지고 분리 독립되었다.

그런데 그 시기 법률을 제정하면서 시장과 도지사 업무 일부를 위임해 준다는 의미가 지나치게 강조돼 교육감이라는 호칭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뒤에 감을 붙이는 직책은 군대의 정훈감, 경리감, 수송감 등 참모 호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자치가 완성된 지금에도 그 호칭에서만큼은 독립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중 어떤 주장이 맞든, 교육감 호칭은 바른 명칭으로 서둘러 바뀌어야 한다.

새로 바뀌는 명칭은 기관을 대표하는 의미의 시도교육청장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불어 시군구에 있는 교육지원청의 장도 교육장이 아닌 교육지원청장으로 하는 것이 맞겠다.

교육계의 호칭 문제는 비단 교육감과 교육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교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교감 호칭에도 교육감 호칭 변경 필요성에서 제기한 여러 가지 부정적 의미들이 그대로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계에서 교감의 호칭을 부교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교감에서 부교장으로 호칭을 바꾸는 문제는, 특히 학교에서의 일본 제국주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점에서도 그 역사적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