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궁금하면 500원! 개그맨 허경환이 유행시킨 말이다. 좋은 정보를 얻거나 도움을 받으면 돈을 내야 맞다. 하다못해 ‘좋아요’를 누르거나 고마운 문자를 보내야 한다. 옛날에는 누구에게 물었을까? 말모이(사전)를 찾아보거나 부모님, 선생님, 어르신께 물어서 슬기로움을 얻었다. MZ세대는 구글,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게 묻는다.

20~30대를 MZ세대라고 부른다. 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다. 어렸을 때부터 정보통신기술이 몸에 익어서 인터넷 사용과 활용이 뛰어나다.

MZ세대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그리고 존중받기를 바란다. 내 삶에 끼어들지 마셔, 나도 당신 삶을 안 건드릴 게! 야근보다 워라벨! 독특한 경험을 좋아하며, 유행을 잘 따른다. 이것 재밌겠는데 ‘내가’ 해 볼래! 우리 ‘함께’ 이것을 사자(공동구매)! 공정과 투명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못된 놈들은 상대하지 않겠어! 정직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 받을래!

MZ세대는 불안의 시대라서 꿀리고 살지 않는다. 그래서 솔직하고 거침없다. 저축해서 집을 사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지금의 행복,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좇는다. ‘내 안에 다른 나 있다’, 본 캐릭터(본캐)와 부 캐릭터(부캐)를 다양하게 갖는다. 어느 구름에 비 들어있을지 모르니까.

행정안전부 자료에, 2020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약 5180만 명이고, 20~30대는 약 1400만 명, 30%쯤 차지한다. 막강하다.

MZ세대는 소비를 이끌면서 앞날을 이끌어가는 고갱이(핵심)다. 기업들이 MZ세대 성향을 연구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알맞은 새 몬(제품)을 만들고, 이들이 좋아하는 크기와 종류를 만든다. 적극 참여하는 MZ세대의 손에 기업의 살매(운명)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기업뿐 아니라 문화와 정치의 패러다임도 바꾼다. 문화와 정치에서도 이들을 잘 따져봐야(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MZ세대는 희망 없는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 절망만 이야기하니까.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것은 안 돼’. 해봤더라도 환경과 장소가 다르고, 때와 방법이 달라서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경험을 앞세워 막무가내로 가로막는 어르신(?)에게는 묻지 않는다. 경험은 보기(사례)가 될 수는 있으나 꿈을 꺾는다.

고등학생 궁금증을 초등학생에게 묻지 않는다. 생뚱맞은 답을 얻으니까. 환경 궁금증을 건설업자에게 묻고, 문화 궁금증을 검찰에게 맡기는 사회는 누가 봐도 낯설다. 뜻밖에도 비상식과 몰상식이 곳곳에 숨어서 ‘관행’란 이름으로 버틴다.

MZ세대는 잘못된 관행이 편안할지라도 따르지 않는다. 앞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누리(세상)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하면서 정답을 가르치려 한다. 산수 문제를 빼놓고는 진짜 정답은 없다. 생각과 토론이 있을 뿐이라는 걸 MZ세대는 안다.

회의를 할 때, 누가 말을 많이 하는가? 높은 사람은 순서 없이 지시를 쏟아내고, 아랫사람은 핑계를 대느라 바쁘고, 나이 많은 사람은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들은 생각을 토론했다고 착각한다. MZ세대는 지시와 핑계와 자랑 사이에서 할 말을 잃고 불만을 차곡차곡 쌓는다. 회의는 지시와 핑계와 자랑을 앞세우는 일이 아니다.

무엇이 MZ세대를 힘들게 할까? 바뀐 환경을 모르면서 지시하고, 좋은 일이라며 엉뚱한 명령을 한다. 작은 일은 돈이 안 되니 못 하고, 큰일은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핑계를 댄다. 새로운 일은 경험이 없어서 못 하고, 전통적인 일은 어려워서 못 한다고 둘러댄다. 나 어렸을 때는 이런 일도 참았고, 나 젊었을 때는 저런 일도 버텼다고 뽐낸다.

무엇이 MZ세대를 당황하게 할까? 학자는 발잡이(각주)에 공을 들인다. 자기의 논리를 설득하려는 뜻이다. 발잡이에 빠져버리면 옛날의 지식만 읊다가 자랑에서 그친다. 어느덧 자기 논리는 묻힌다.

달변가는 쉬운 말로 논리를 푼다. 재미를 더하려고 상대의 흠집을 잡기도 한다. 흠집에 빠져버리면 말꼬리를 잡고 비난만 일삼는다. 자기 주장은 사라졌는데 말싸움에서 이겼다고 우쭐댄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달변가의 됨됨이를 깨닫는다.

헤살꾼(훼방꾼)은 논리고 상식이고를 필요 없다. 무조건 그냥 싫어한다. 남의 말에 토씨나 잡고 늘어지는데 그 속셈은 잇속에 있다.

자기 관점이 뚜렷한 MZ세대는 학자의 자랑과 달변가의 비난과 헤살꾼의 잇속을 잘 읽는다.

MZ세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고,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가?’를 찾는다. 생각과 토론이다.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떠올리고,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찾는다. 나눔과 상생이다.

생각이 떠오르면, 논리를 따지지 않고 먼저 몸짓(행동)을 해서 지름길을 찾기도 한다. 정답은 답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음(질문)에 있다는 것을 안다.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답변은 달라진다는 것을 MZ세대는 안다. 어르신(?)들이 30~40년 쌓아야 했던 경험을 MZ세대는 5~10년 만에 쌓으니까.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게 지식이고,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게 내공이다. MZ세대는 지식이 아니라 내공을 따진다.

어느 때인가, 국정농단 보도가 전체 뉴스를 차지했다. 뉴스는 온갖 법을 들이대고, 유명한 평론가들은 갖가지 사례와 지식을 늘어놓았다. 지식만으로는 실천을 담보할 수 없고, 평론만으로는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그때 마지막 뉴스는 청소 아줌마의 한 마디였다. 염병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