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의 모든 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 조건 없이 비추어주는 따듯한 봄의 햇살은 웅크러진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한다.

오늘 우리가 함께하는 봄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온 필연(必然)도 아니고 아무런 조건 없이 찾아온 우연(偶然)은 더욱 아니다.

산고(産苦)의 모진 고통으로 만나게 되는 봄을 미적 대상으로 승화시킨 명화와 명곡으로 만나면 예술 작품 감상의 희열과 감동은 두 배가 된다.

새 학기 교정에 울려 퍼지던 요한 슈트하우스 2세(Johann Strauss, 1825~1899)가 1882년에 작곡한 ‘봄의 소리 ’(Voice of spring) 왈츠는 경쾌한 리듬으로 만물의 소생과 환희를 선물한다.

이태리의 왈즈(Walz), 영국의 왈츠(Waltz), 독일의 왈저(Walser)는 ‘빙빙 돈다’는 의미로 1178년 프랑스의 보르타(Volta)란 춤에서 기원했다고 추론 한다.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익숙한 봄의 소리의 소프라노 독창곡 가사 “불어오는 훈풍이 부드러운 숨결로 들판과 초원에 입 맞추고 봄을 깨우면 만물은 봄과 함께 빛을 더해 아! 모든 고난과 고통은 이제 끝나고 멀어져 고통은 달콤해지고 진실로 행복이 돌아와 활짝 웃으며 깨어났다”로 따사로운 봄날의 희망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명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The Beautiful Blue Danube)의 우아한 선율 속에는 1866년 프로이센과 전쟁에서 패배한 오스트리아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무명 시인 칼 베크의 “나는 괴로움에 허덕이는 그대를 보노라, 나는 젊고 향기로운 그대를 보았노라. 아름답고 푸르른 도나우 강 위에서”라는 시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됐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교감하며 새로운 예술표현 양식으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유럽 르네상스 문화의 꽃을 피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함께 ‘알레산드로 디 마이아노 필리페피’라는 긴 이름보다 작은 술통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는 사실적 기법을 뛰어넘는 상징성과 장식적인 효과를 강조한 명화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에서 시적 세계로 표현했다.

이러한 보티첼리의 예술적인 재능에 감탄한 피렌체 최고의 여인 시모네타 는 ‘나는 당신의 비너스가 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22세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평생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홀로 사모하며 여신 비너스로 화폭에 담았다.

대표작품 ‘봄(La Primavera)’은 붉은 입고 우아한 자태를 지닌 미의 여신 비너스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500여 종의 식물과 150여 종의 수많은 꽃들이 만발하는 봄날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빠르고 변화무쌍한 시대에 고전의 명곡과 명화를 감상하며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호흡하고 삶의 지혜를 살피고 준비하는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자.

왈츠의 왕 요한 슈트하우스 2세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선율로 국민을 위로하고 순애보(殉愛譜)의 화가 보티첼리가 평생의 사모하고 그리워했던 마음처럼 지금 우리가 위로하고 그리워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 마음을 전할 것인가?

우리에게 3월은 숭고한 정신으로 기억해야 할 날들과 역사로 가득하다.

독립 운동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3·1절, 민주화의 도화선이 됐던 3·15 의거, 그리고 3·26 서해 수호를 위해 호국의 불꽃으로 우리 가슴에 남아있는 55인의 용사의 숭고한 뜻과 의미를 모티브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명화와 명곡으로 만나볼 수 있는 예술의 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