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일선 학교에서 연간 3000명 이상의 학교 폭력 피해자·가해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학교 폭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들 또한 수년 뒤 미투의 당사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족의 치유·회복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황한이 (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광주지부장은 1일 “최근 불거진 학교 폭력 관련 미투는 졸업 이후에도 과거 경험으로 고통을 받았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황 지부장은 “꿈 많고 아름다웠어야 했을 학창시절이 어느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상처투성으로 남아 그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올바른 사과를 통해 마음의 위로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그는 “각 기관의 오랜 노력 끝에 학교폭력은 잘못된 행위이며, 범죄라는 인식이 퍼져있어 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일선 학교가 비대면·원격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사이버폭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황 지부장은 “지난해 교육부 실태조사에서도 SNS나 메신저 등에서 일어나는 사이버폭력이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이버폭력의 특징은 시공간적인 제약이 없다는 것으로, 과거에는 학교에서만 집중돼 벌어지던 학교폭력이 이제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들어와 집이든 학교든, 밖이든 24시간 괴롭힘을 당하고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이버폭력의 형태는 피해학생들을 계속 최대해 괴롭히는 ‘카톡감옥’, 수많은 인원이 피해자를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버리는 ‘방폭’, 피해학생을 채팅방으로 초대해 일제히 욕설을 퍼붓는 ‘떼카’, 채팅방에서 의도적으로 피해학생을 무시하는 ‘카톡유령’, 와이파이나 게임 아이템, 기프트콘을 강제로 제공하도록 하는 셔틀 등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 체계 수립, 피해자 전담 치유공간 확보를 제언했다.

황 지부장은 “학교에서는 1년에 2회씩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에선 예방교육을 형식적으로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예방과 대처방법을 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시행하는 예방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학교폭력은 복합적인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전문기관 방문을 주저하게 된다. 피해 학생들이 두려워 학교에 나가기 어려울 경우 출석을 인정받으면서 안심하고 치유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관련된 특별교육기관은 5189개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피해학생 전담기관은 49개소에 그치는 실정이다. 피해학생이 입은 상처를 돌보기 위한 전문기관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광주·전남의 경우에도 91개소의 가해학생 특별교육기관이 운영되는 반면 피해학생 전담기관은 8개소에 머물고 있다.

그는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우선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를 안정시키고 이 사안을 분명히 해결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며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동시에 학교나 전담경찰관에 피해를 알려 즉각 조치가 내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