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양화를 전공한 뒤 한국화의 길로 들어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양화와 한국화의 경계에 서서 극단이든, 조화든 그만의 독창적 화풍으로 그림을 풀어간다.

그는 이전까지 면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현재는 면과 선으로 일상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반을 풀어내는 데 주력한다.

전남 목포 출생 원로 지암 김대원 화가(72·조선대 미술대학 명예교수)의 이야기다. 그가 2014년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를 정년 퇴임한 뒤 7년만에 처음으로 지역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는 제26회 개인전으로 지난 1월5일 개막, 오는 4월4일까지 화순군립석봉미술관.

‘경계의 확장’이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작품들의 단순한 대상이나 요약, 변형, 자유분방함의 기조를 해치지 않는 가운데 그 흐름을 이어가면서 풍자성과 시대성이 한층 더 농후하게 강조된 자리로 이해하면 된다.

이런 흐름들이 그간 7년 동안 지속된 가운데 작업해온 작품으로 대작 위주 50여 점이 출품됐다. 작품 구성은 족자와 액자 8대2 비율로 배치했다. 족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는 작품 보관상 어려움 때문에 족자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전시 주제인 ‘경계의 확장’은 한국화의 전통적 방식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현대미술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화폭에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는 반증이다. 그의 작품은 철저하게 동양사상을 기저에 깔고 있다. 그의 회화는 대체적으로 전통 수묵작업의 출발을 알린 전통 수묵기(1977~1994)를 시작으로, 전환기 수묵기(1995~2004), 현대 색채회화기(2005~현재)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 관례다.

이를 근거로 접근해보면 전통 수묵기 때는 한국화의 기본기를 충실히 다진 뒤 수묵담채화로 실경산수를 추구했으며, 전환기 수묵기 때는 동물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시기로 규정된다. 이 때는 주로 옛 이야기를 연상하게 하는 민화풍의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이어 현대 색채회화기 때는 비구상 화법이 구사되는 시기다. 작가의 회화가 내용적인 면에서 더 강렬해지던 무렵이다. 얼 핏 추상같으면서도 수묵 기법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형태적으로는 캔버스에 아크릴과 과슈(수용성의 아라비아고무를 섞은 불투명한 수채물감)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2017년 이후 다시 종이와 수묵채색으로 회귀하게 된다. 한국적 미감이 더 농익어 나타나는 때로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그의 근래 화면에는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수묵과 채색이 공존해 나타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족자 형태의 작품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천연염색 작품이 널려있어 바람에 나풀거리거나 그 사이를 오가며 가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번 족자 작품들은 한층 수묵이 화려해진데다 색깔이 강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한국화에서 만나기 어려운 긴장감과 리듬감이 읽혀지고, 자유로운 구성과 역동적인 구도, 활달한 필치까지 엿보인다.

전시장에 걸린 족자 작품들

작품 ‘흔적’ 시리즈에서는 소소한 일상의 기억들이 투영됐다. 오지여행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더하는 동시에 쉼의 의미를 되새긴 셈이다. 작가는 티벳과 인도, 네팔, 중국 등의 여행을 통해 얻은 감흥들을 강한 색채로 재해석냈다. 티벳과 돈황석굴 가는 길, 토양에서 강렬한 붉은 빛을 발현해냈고, 빙하의 코발트 빛에서 푸른 색감의 깊이를 더했다. 또 네팔의 토속적 색깔과 자연 역시 그의 의식적 색감 구사를 한층 더 풍성하게 해줬다. 그의 작품 속 색채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지암은 “이 전시를 위해 틈나는 대로 작업에 집중해왔다. 요즘도 여전히 배울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색감을 구사한다고는 하지만, 색감 또한 만족스럽다기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색감에 더 다가가기 위한 과정으로 본다. 컬러의 색감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그것은 수묵과 채색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더욱 강조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면서 “현대미술 영역과 담을 쌓기 보다는 그 영역 안으로 깊이 들어와 독창적 회화세계를 표현하려고 했고,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그것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민우 학예연구사(화순군립석봉미술관)는 “지암은 한국화가 지닌 근본적인 개념과 소통없이는 예술이 존재할 수 없다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철저하게 대상과의 소통을 화두로 삼는 작가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서, 남도의 정감에 뿌리를 두며 근원이 만물을 향해 열려 있음으로서 대상과 소통하고 합일하는 수묵 정신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그의 작품은 또 다른 변화를 통해 소통을 선도하고 한국화의 본질과 현대회화의 융합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원 작가는 조선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조선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 1977년부터 26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제수묵비엔날레, 광주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이스탄불, 뉴욕, 도쿄, 파리 등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의재허백련상 본상과 미술세계 올해의 작가상, 전남도 문화예술상, 현산미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과 광주시미술대전 및 무등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등 각종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을 맡은 바 있다. 조선대학교 부총장과 미술대학장, 중국 하얼빈사범대학 예술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우리민족문화예술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