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과열된 입시경쟁과 자살을 부르는 학교폭력, 공교육을 집어삼키는 사교육…. 전인교육과 창의교육은 사라지고 오로지 ‘등수 매기기’에만 골몰하는 대도시의 교실 풍경은 이제 입에 올리는 것조차 식상하다.

아이들이 떠나가는 시골학교 문제도 심각하다. 농촌의 젊은층이 떠나면서 빈집과 폐교가 늘고, 이는 곧 지방 인구의 소멸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기준 전남 22개 시군 중 18개 시군이 인구소멸 위험에 처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처럼 도시와 시골을 가릴 것 없이 학교 문제가 심각한 지경인데도 전문가 집단에서 내놓는 현실 진단은 누구나 알고 있는 너무도 뻔한(?) 것들이어서 쉬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시학교와 시골학교를 다 같이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요즘 ‘농촌유학’이 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는 상생 의제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 학교의 경쟁적 주입식 교육보다는 자연에서의 전인교육과 창의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교육의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농촌유학에 대한 관심도 점점 확산하는 추세다.

전남도교육청도 서울시교육청과 손잡고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도교육청이 서울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전남 농산어촌으로의 유학 희망자를 모집한 결과 초·중학생 106명이 오는 3월 신학기 전학을 신청했다고 한다. 가족 전체가 이주해 생활하는 ‘가족체류형’이 68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생이 농가에서 생활하는 ‘농가형’은 33명, 해당 지역 유학센터에서 생활하는 ‘센터형’은 5명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도내 10개 시·군 25개 학교(초 17곳·중 8곳)에 전학해 현지 학생들과 함께 생태 친화적 교육을 받게 된다.

전학 온 서울 학생들은 최소 6개월 이상 생활하면서 전남 학생들과 소규모 개별화 수업을 받고, 전남의 친환경 식재료로 만들어지는 건강한 급식을 먹으며 성장하게 된다.

특히 전남의 작은 학교는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학생 수가 적어 거리두기가 유리한 데다, 등교일수 자체가 월등히 많아 전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미래형 교육의 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학생과 가족의 유입을 통해 작은 학교 살리기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시골에서의 학교는 교육의 장이자 문화의 공간이며 마을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래서 시골학교는 어지간하면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옳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무작정 ‘통폐합’한다면 농산어촌에는 학교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농을 부추기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혹자는 ‘아이 몇 명이 전학을 온다고 시골지역에 얼마나 활력이 생길까’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기대 이상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의 작은 변화일지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신선하다.

결론적으로, 농산어촌의 인구 이탈을 막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결국 교육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농촌유학이 중요하다.

도교육청의 야심차게 추진하는 농산어촌 유학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치밀한 준비와 안목이 필요하다. 작은 학교를 특성화 하는 등 시골학교의 장점을 활용한 학습시스템을 개발하면서도 학원에 뒤처지지 않는 교육환경 만들어야 한다. 입시가 중요한 작금의 현실을 외면한 채 너무 동떨어진 사고는 안 된다. 학부모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촌유학 프로젝트는 교육청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해당 학교와 지자체, 지역주민 등 지역사회 모두의 협력과 도움이 필요하다. 신생아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된 시골마을에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나고 시골학교 운동회에서 동네 잔치를 하는 기적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