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판 뉴딜’의 중점을 ‘지역균형 뉴딜’에 두겠습니다.” “지역이 주체가 되어, 지자체와 주민, 지역 기업과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발전전략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가-지방협력 특별교부세 등을 활용한 재정지원과 함께 규제자유특구를 새롭게 지정하여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지난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의 일부이다.

한국판 뉴딜 관련 대통령 신년사 내용은 작년 하반기부터 추진된 정부의 정책기조를 한번 더 강조한 것이다. 지난 7월 14일 정부는 3대 부문, 28개 과제를 포함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 지방비 25조원 및 민간투자 21조원 등 총 160조원을 투입하고, 19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목표이다. 하지만 종합계획에는 28개 과제를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기획하고 추진할 것인지 구체적 추진계획이 없었다. 현재까지 디지털 뉴딜 부문을 제외한 다른 부문의 올해 실행계획을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주도의 뉴딜사업의 확산과 지원을 위해 5가지의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지방 뉴딜사업의 타당성 조사 및 지방재정 투자사업 심사 면제 또는 수시 심사제도 도입, 지방채 한도초과 발행 시 행정안전부의 협의 신속화, 국가-지방협력 특별교부세를 통해 우수 지방정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뉴딜사업을 보통교부세로 산정시 보정 수요에 검토 반영, 초광역 협업 뉴딜사업 추진하는 우수 지방정부에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의 특별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번 대통령 신년사에서는 ‘특별교부세’만이 언급되었다. 그런데 특별교부세는 내국세의 일정률로 정해진 지방의 자주재원이다. 이것을 인센티브 기제로 활용하여 지방정부에 재배분하는 것은 재원확충 없이 기존 재원을 중앙정부가 재배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교부세의 보정수요에 반영하는 방안도 마찬가지이다.

특별교부세 재원을 지역균형 뉴딜 추진을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하기 보다 추가적인 지방재정 확충을 통해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테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교부세율 인상이 필요하며, 현재 논의 중인 2단계 재정분권 방안을 지방의 자체재원이 확대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지방정부간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한국판 뉴딜과 지역균형 뉴딜을 추진할 수 있도록 포괄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방세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지원과 함께 지방정부의 재원조달 책임과 주민에 대한 책무성을 고려하여 지방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판 뉴딜과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는 전국 17개 시·도의 시·도지사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지역균형뉴딜 분과가 신설되었지만, 이것으로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한 적합한 추진체계가 마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분과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한국판 뉴딜 과제를 추진하는 부처가 아닌 지방정부의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에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및 안전망 강화 3개 부문의 사업이 전국의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이에 더하여 지역균형 뉴딜은 지방정부 스스로 사업을 발굴하여 추진하고 필요에 따라 중앙의 지원을 받는 구조이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의 추진체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전국의 시·도지사들이 정례적으로 만나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나아가 현재 준비되고 있는 중앙지방협력회의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한국판 뉴딜과 지역균형 뉴딜을 상시 의제로 다루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각 분과에 지방정부가 참여, 과제를 선정하고 실행계획을 함께 마련할 수 있도록 추진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분과별 주관부처가 결정하고 지방에 통보하는 하향식 체계로는 실효성 있는 실행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코로나19의 확산은 급격한 언택트 사회를 초래하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탄소경제로 인한 기후환경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다. 디지털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과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고용과 일자리에 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사회와 지구 생태계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여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대전환을 위해서는 하부구조와 거버넌스의 혁신적 전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지방이 함께 기획하고, 지방의 기획력과 집행력을 제고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지역 주도의 뉴딜사업을 실효적으로 추진하도록 재원조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