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난 1년 여간 이어진 코로나 19 여파로 한적해진 거리와 상가, 유난스러운 한파 등 일상이 힘든 시기다.

여기에 신년 벽두부터 우울하기가 그지없는 소식이 하나 더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출생아 수 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자는 27만5815명이고, 사망자는 30만7764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인구가 약 2만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농산어촌이 많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7~8년 전부터 발생한 현상이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라고 한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 주민등록 인구는 145만62명으로 전년 145만6468명보다 6406명이 줄었다. 광주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인구가 증가하다가 2015년부터 6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 2011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1만3000명의 인구가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광주 사망자 수는 7848명으로 출생아 7410명보다 438명이 많았다.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에 직면한 것이다.

60명의 학생이 빼곡하게 앉아 수업을 들었던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 그마저도 교실이 부족한 탓에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했고, 운동장은 뛰노는 아이들로 늘 북새통이었다. 형제자매가 네다섯이 넘는 학생들이 예사였고, 적어도 두세 명은 기본이었다.

1970~80년대 초등학교에 다녔던 세대들이 전하는 당시의 모습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저출산을 넘어 지역소멸을 우려해야만 하는 지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인구 데드크로스가 나타나는 국가는 경제생활 보건 미래전략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 위기를 맞게 된다.

실제로 10년 전부터 인구 데드크로스에 직면했던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급격히 주는데,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늘어난다.

국가와 가정, 젊은층이 부담해야 할 고령자에 대한 보건 및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가도 기업도 기술혁신 같은 미래전략을 구사하기보다는 현실 유지에 여념이 없게 됐다.

일본의 경험을 통해 추론해보면 우리나라 미래도 암울하기만 하다. 일본 사회를 보면서 설마 우리도 하는 생각을 했는데 거짓말처럼 우리의 현실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업종 대부분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직접 연관이 있는 업종인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유치원, 학교 등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초고령사회인 농촌 지역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젊은층이 적어 출생아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은 데다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작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제기돼온 지방소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편히 결혼해 아이 낳고 가정을 꾸릴 사회적 환경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천정부지의 집값과 교육비 등은 그들의 한 달 벌이 전부를 잠식한다. 아이를 낳아도 행복하게 키울 사회적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현상은 지역별로 더욱 두드러진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특히 그렇다.

다시 말해 ‘데드 크로스’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우리 사회의 큰 과제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제라도 복지와 교육 등 정부와 자치단체 정책에 변화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출산하기 좋은 환경과 양육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안정된 정착과 일·생활 균형 등 가족친화 정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비수도권 지역 산업을 살리는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