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퍼모밍그룹 ‘이끈음’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또 예술을 행하는 음악인으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엔 모두 제 이름이 있다. 보통 음악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도’는 가장 중요한 음이자 완벽한 음계라고 해서 ‘으뜸음’이라 불린다. 모든 음악이 ‘도’를 향해 가닿는 여정이라 한다면, ‘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겠다. ‘도’로 뻗어나가는 그 과정의 턱밑에 있는 시. 음계 ‘시’는 그래서 듣기엔 불안정한 음이지만, 어찌하든 가장 완벽한 음인 ‘도’로 이끌어준다고 해 ‘이끈음’이라 불린다.

음계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가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예술단은 꼭 제 역할을 다 해내는 ‘시’와 같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학생들이 있는 곳이라면 새벽 배를 타는 여정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육자들이 모여 꾸려진 에듀퍼포밍그룹 ‘이끈음’이 그 주인공이다.

2013년도에 창단한 에듀퍼포밍그룹 ‘이끈음’은 그 단체명에서도 보여지듯 ‘교육’과 ‘예술행위’를 접목해 선보이는 단체다. 아이들 교육에 뜻을 둔 전남대 예술대학 학생들과 호남신학대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주축이다. 한지성 이끈음 대표는 “왜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콘텐츠는 귀할까?”란 안타까움에서 팀을 꾸리게 됐다고 밝힌다.

교단에 설 교육자들이 이런 고민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끈음’은 서양음악팀·국악팀을 구분,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창단 초기에는 서양음악팀이 주를 이뤘었다. 그런데 장르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전문 국악 부문에서 빈틈이 느껴진 것이다. 이끈음은 곧장 국악팀을 신설, 단원들을 모았다.

“실제 음악교과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06학번인데 저 어렸을때만 해도, 서양음악이 주를 이뤘었죠. 그런데 요즘의 교과서는 참 재미있게 구성됐어요. 일반적인 클래식 뿐 아니라 영화음악·뮤지컬 등 실용음악 비중이 높아졌고, 전통국악 부문 또한 꽤 넓게 다루고 있어요.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는 교과서가 바뀌었으니 우리 팀도 그에 맞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완도 소안도에서 공연을 마치고 학생들과 촬영한 기념사진.

이들의 공연은 공연자가 아니라 관객이 주가 된다. 연주자가 돋보이는 음악보다는 듣는 이들이 유익하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그래야만 음악에 대한 흥미를 일깨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이들의 공연엔 프로젝터가 당연히 설치되고, 연주와 함께 플레이 되는 영상콘텐츠는 물론, 교육자들의 연주 고민이 녹아 있는 ‘뮤직노트’도 공개된다. 아이들이 훨씬 더 친근하게 이들의 연주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이유다.

이끈음의 공연은 마치 재미난 음악수업 시간과 같다. 실제 한 명의 단원이 사회자로서 마이크를 잡는다. 이끈음이란 팀명에 대한 소개부터,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풀어준다. 아이들과의 소통 창구를 활짝 열어둔 것이다.

요즘 이끈음이 몰두하고 있는 일은 ‘체험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연주만을 보여주고 돌아오는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재미난 추억과 기억을 선물하기 위한 결과물이다. 즉석에서 짧은 악기 연주를 선보인 뒤, 아이들이 배워보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고, ‘사랑가’나 ‘아리랑’ 등 우리 소리를 즉석에서 가르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호응을 얻은 것은 ‘코다이 손 기호’ 노래다. 손동작으로 음계를 표현하는 ‘손기호’ 교육법을 활용, 재미난 동요들을 손으로 불러보았는데 아이들이 꼭 춤을 추는 것 마냥 신나했다.

“교육적인 부분에서 ‘쌍방향 소통’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봅니다. 수업시간을 떠올렸을 때, 선생님의 일방적인 수업은 지루해지기 십상이었거든요. 일방적으로 공연을 진행하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논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해요. 늘 공연장에 프로젝터를 설치, PPT를 띄워놓고 시작하죠.”

이끈음은 이 같은 공연들을 기록, 온라인 교육콘텐츠로 제작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광주국립과학관 로비에서 열린 이끈음 음악회.

“이끈음의 레퍼토리들을 영상화하려고 합니다. 저희 공연을 본 학교 현장에서의 요구도 있었던데다, 코로나19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된 것이죠. 비대면 온라인 교육콘텐츠로 체계화 하는 방법을 고안중입니다. 물론 공연의 ‘현장감’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언제 어디서나 이끈음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콘텐츠들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하기로 해 준비 중이고요.”

이들의 꿈은 광주·전남 모든 학교에 이끈음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단원들과 우스갯소리로 “관내 모든 학교에 안 들린 곳이 없도록 하자”고 했었는데, 열심히 공연을 다니다 보니, 또 꼭 못할 일도 아니다.

앞으로 이끈음 앞에 놓인 과제는 ‘초심’을 다 잡는 일이다. 처음 창단에 뜻을 모았던 때처럼, 좋은 ‘연주’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좋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선 콘텐츠의 질 역시 중요하겠죠. 아이들의 관심사는 정말로 빠르게 변하니까요. 아이들 보다 한발짝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감을 잃지 않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구·개발해 나갈 예정이에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또 예술을 행하는 음악인으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