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십이지간 중 겸양과 근면의 상징인 소띠의 해다.

새해를 열며 우리는 소가 가진 성정으로 한 해의 삶이 평탄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소망으로 시작하지 않았던 새해 첫날이 없겠지만 올해는 여느 해보다 그 간절함이 더하다.

낯설고 지난했던 지난 한 해였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일상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비대면과 자가격리가 일상의 자리를 차지했고, 발 길 끊긴 세상의 끝자락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 됐다. 특히 코로나 19는 치유보다는 정치적으로 소비되느라 바쁜 한 해였다.

코로나 19의 확산을 정부의 무능과 대중국 굴욕 외교탓으로 돌리던 야당의 공격은 한국의 방역성과가 세계적인 모범모델로 알려지면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코로나 19의 재확산에따라 재활용되고 있다.

코로나 19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정치논리가 우선이 되는 현실은 숨마저 자유롭게 쉴 수 없는 괴기스러운 날들과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 19속에서 치러진 4·15총선은 야당의 참패속에 여당에게 180석이라는 초유의 의석을 안겼지만 정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답보상태로 대치했다.

연초부터 계속된 ‘조국사태’는 ‘윤석렬 사태’로 불길이 옮겨 붙어 확산되면서 한 해의 모든 정치역량을 소모했다.

검찰 개혁 등 개혁입법의 첫 단추를 꿰는데서 비롯된 보수와 진보진영간의 갈등은 ‘법대로’를 외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간의 대리전으로 비화됐다. 볼썽 사나운 싸움은 결국 낯설지 만은 않는 ‘독재정권’과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는 구호를 소환하면서 국민을 둘로 나누고야 말았다.

실현되지 못한 기회의 아쉬움과 적대정치가 낳은 민주주의의 위기로 점철된 한 해였다.

혼란으로 가득한 예측하기 힘든 세상은 애꿎은 경제를 제물로 삼았다.

우리는 두 전직 대통령의 추한 민낯과도 직면했다.

다스(DAS) 실소유 의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의 형이 확정돼 구치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지켜봐야 했고, 출판물에 의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정에 나와 ‘유죄’선고를 받는 순간에도 꾸벅꾸벅 졸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며 분노를 삼켜야 했다.

어디 그 뿐이랴.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심해지면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우리의 ‘전략적 모호성’은 의심받고 있고, 북한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위험한 상대로 남아 있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매순간 이해관계에 따른 각자도생의 새로운 국제질서 시대를 실감해야 했다.

길은 까마득하여 보이지 않고, 분노와 한숨이 교차한 한 해였다. 하지만 우리는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달려와 이렇게 새해 첫날의 아침에 우뚝 섰다.

신축년 새해 아침에 우리는 다시 희망을 본다. 코로나 19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를 일깨워 주었다. 비록 코로나 19의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확산세는 여전하지만 우리는 세계 최초의 치료제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머잖아 백신까지 보급되면 발길 끊겼던 길에 다시 발 길이 이어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기쁨을 되찾게 될 것이다.

진통이야 거듭되겠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출범한 만큼 공정과 정의는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내려올 테고 갈등속에서 피어나는 민주주의를 보게 될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적 심판은 불행이고 부끄러움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튼실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안위다.

이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지난해의 갈등과 진통이 멀리 뛰기 위한 디딤돌이었음을 확인하는 시간들로 새해, 신축년이 채워져야 한다.

새해에는 희망이 착시가 아니라 현실로 실재하는 희망이 돼야 한다.

정쟁에 묻혀 잃어버리고 실종됐던 민생의 경제살리기부터 다시 재가동해야 한다.

우리는 위기일수록 강하게 일어서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웃음을 되찾게 하고, 소처럼 묵묵히 걸어도 성공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는 소띠의 해 신축년이 실재해야 할 희망이다.

올 해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등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또 광주시에서는 광주형일자리로 탄생한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한 첫 차가 선보인다. 서울과 부산의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으로 피어나고,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첫 차는 지역경제는 물론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마중물이 되도록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실재하는 희망의 신축년으로 가는 길에 광남일보가 작은 벽돌 하나 쌓고자 한다. 갈등이 있는 곳을 찾아 화합의 메시지를 띄우고, 아픔이 있는 곳을 찾아 치유를 전하고, 어두운 곳을 찾아 밝음을 비추는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자 한다.

사실보도와 사실보도를 넘어서는 정론의 역할을 계명처럼 지키며 신축년 희망의 길을 광주·전남 시도민들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