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주 봉선동의 집값이 갑자기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3억원 하던 집값이 하루 아침에 5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그동안 전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부동산 경기를 보여온 광주로서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었고, 일시적이려니 했다. 하지만 봉선동 집값은 소폭 내림세를 보이기는 했어도 원상으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올 들어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광주의 주택보급률이 115%를 넘어섰고, 인구 정체 속에 물량 공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광주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어두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부 인기 아파트의 경우 프리미엄이 1억원을 웃도는 등 과열 양상까지 나타났다. 분명 실수요자는 따라주지 않는데 분양 아파트에 프리미엄까지 붙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었다.

한데, 그 이유가 광주시의 단속으로 밝혀졌다. 외지 투기세력 때문이었던 것.

광주시가 최근 남구 봉선동, 광산구 수완지구 등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실시해 보니 불법적인 외지인 매수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지난 9월부터 17일 현재까지 봉선동 전체 매매 건수는 총 378건이었는데, 이 중 외지인 매수는 서울 14건, 대구 53건, 경기 12건, 경남 6건, 경북 20건, 대전 4건, 부산 16건, 인천 1건, 울산 6건, 충남 3건 등 총 135건이었다. 3채 중 1채 가량을 외지인이 사들인 것이다. 외지인들이 규제가 강화된 수도권을 피해 광주에서 수요가 많은 봉선동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들이고 호가를 올린 뒤 다시 되팔아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봉선동과 수완동 등에서는 최근에도 일부 아파트 가격이 1∼2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역시 수도권 등 외지인들이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들인 뒤 호가를 올리는 방법으로 아파트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겨온 사실이 확인됐다.

외지인들의 투기는 주로 전매 수법을 사용한다. 전매란 구입한 부동산을 단기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여 다시 파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신규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해당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줌으로써 입주자를 변경하는 것을 분양권전매라고 한다. 즉, 주택에 입주하기 전 실제 물건이 아닌 입주권을 권리형태로 명의변경해 제3자에게 되파는 행위를 말한다.

전매가 지속되면 가수요 발생으로 투기가 일어나게 되기 때문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투기꾼들은 이 전매제한 기간을 어기고 내부적으로 거래를 하거나 조합주택의 조합원 자격을 불법으로 획득하는 방법으로 아파트를 매집하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을 보다 장기화하고 엄격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 지역으로 지정돼야 하는데, 문제는 현 규정이 지정범위를 시·군이나 자치구 단위로 정함에 따라 소지역별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봉선동의 집값은 천정부지이나 바로 옆인 방림동 아파트는 거래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같이 남구라는 이유로 투기과열지구로 묶는다면 방림동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최근 광주시가 봉선동 등 일부 지역의 치솟는 아파트값 안정을 위해 동 단위로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것이다.

전매 외에도 부동산 가격공시제의 허점을 이용해 아파트 값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즉, 중개업소와 짜고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함으로써 실거래가를 높여놓은 뒤 실제로는 등기를 이전하지 않는 수법으로 아파트 가격만 올려놓는 식이다.

이들 외지 투기세력 때문에 실제 주거를 위해 집을 사고 싶은 선량한 광주시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 투기세력은 광주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암적인 존재이다. 이런 투기행위 이면에는 중개료를 취하려는 일부 악덕 중개업소들의 매매 부추김도 한몫을 하고 있다.

투기세력을 근절시킬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 터무니없는 프리미엄을 붙여 실제 집이 필요한 서민들을 울리는 불법 전매 및 다운거래를 근절시켜야 한다.

광주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안정된 곳이다. 외지인들에 의해 시장이 교란되지 않도록 철저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