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세상에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우리 곁에 함께 하고 있는 자녀가 준 첫 감동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있다.

고개 들어 미소를 지으면 세상 근심이 달아나고, 손짓하는 곳마다 행복이 번지는 마법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매년 대학수능을 치르는 날이면 매서운 추위로 웅크리게 만드는 날씨가 무심하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는 시험장 문을 들어가는 자녀의 뒷모습에 지나온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되돌아보면 부모 품의 온기가 더 필요한 아기를 깨워 노란 버스에 태워 보내고 출근했던 날들과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먹고 밤늦게 학원에서 지쳐 돌아와 문을 닫고 있는 아이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며 보낸 순간들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우리는 얼마만큼 자녀를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 자녀는 엄마 아빠를 얼마만큼 이해해 줄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변함없이 함께 꿈을 꾸고 있는가?

이러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따듯한 집 밥 한 그릇을 두고 마주해 보자.

사극 드라마에서 왕은 혼자 식사를 한다. 그러한 왕은 하루에 만 가지의 업무를 하고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하여 만기(萬機)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많은 업무 중에도 세종대왕은 스물두명의 자녀들과 함께 자주 식사를 하며 친밀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자녀 교육의 비결로 세종대왕은 바쁜 국사 중에도 아내와 자녀에게 다정한 모습으로 매사의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형제간에 옛 교훈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요즘 말로 ‘자기주도형 학습’을 실천하여 성취감을 느끼도록 믿고 기다렸다.

세종 재위 10년에 아버지를 죽인 사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신하의 말보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읽고 들려주어야 한다는 대제학(大提學) 변계량(卞季良)의 말을 귀담아듣고 효행록을 반포하였고, ‘삼강행실도’를 편찬했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曹操)는 스물다섯명의 자녀를 격려하고 공평한 기회를 주었고 충(忠)과 효(孝)를 고함지르며 가르치려 하는 언교(言敎)보다 침착하게 모범을 보이는 신교(身敎)를 실천했다.

조조의 자녀교육은 한마디로 ‘본보기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책임감으로 몸소 전쟁터를 누비며 자녀도 함께 나서도록 하였으며, ‘마상(馬上)에서 천하를 얻을 수 있어도 다스릴 수 없다’는 옛 말을 무색하게 만든 전략가이자 경영자였다.

자녀에게 사적인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목표를 바라보고 이룰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모든 현상에 의문을 가져야 진보하고 어려운 난관에 당면하면 스스로 단단해지도록 노력하는 후천적인 자질을 중시했다.

부모는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자녀를 대하고 후회를 반복한다.

자녀에 대한 기대의 마음을 담는 조선후기 화가 김홍도의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를 바라보는 느낌이 더욱 새롭다.

두 마리의 게가 갈대꽃을 물은 것은 소과(小科)와 대과(大科)의 두 차례 시험을 합격했다는 것이고, 딱딱한 껍질의 갑옷을 상징하는 갑(甲)은 첫 번째로 장원급제하여 관모를 장식하고 임금이 내리는 고기 음식을 마주한다는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 속의 화제(?題)로 쓰인 해룡왕처야횡행(海龍王處也橫行)은 더욱 흥미롭다. 그 뜻은 용왕님 앞에서도 나는 옆으로 걸어가겠다는 의미로 관직에 오르거나 어디에서든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고 소신대로 행하겠다는 해학과 익살이 담겨 있다. 이 시대의 장원급제는 무엇일까?

높은 관직에 오르고 재물을 많이 모아서 남들과 비교 대상의 척도이자 증명서가 아닌‘도리도리 아장아장’하나만으로 천하를 얻은 것처럼 기뻐했던 마음으로 우리 자녀가 곁에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장원급제의 날이다. 그렇게 건강하게 몸도 마음도 엄마 아빠보다 훌쩍 커버린 자녀가 졸업과 군입대로 또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두 손 꼭 잡아 어루만지고 보듬어 주면 힘껏 응원해 본다.

너의 주위에 모든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그대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고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