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화예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개인들이 저가 매수를 노리고 달러를 사들이며 지난달 국내 외화예금이 다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은행들도 다양한 이벤트와 관련 금융상품을 선보이면서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7일 전거래일보다 1.4원 내린 1103.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18년 6월 15일 (1097.7원)이후 2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18일(1,103.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지속되는 하락세에 달러를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527억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외화예금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외화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달 말(526억2800만달러)보다 더 많은 수준으로, 현재 추세로 봐서는 11월 말 기준 외화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로 올라설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지방은행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기준 광주은행의 외화예금(외화정기예금) 잔액은 4132만1000달러로 전년 동월대비(3452만9000달러) 19.7% 불어났다. 지난 8월(3635만6000달러), 9월(3993만달러)에 이어 증가 추세다.

광주은행의 외화예금 상품의 가입 계좌 수도 8월 1만1545개에서 9월 1만1721개, 10월 1만1822개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계좌 수는 지난 20일 기준 1만1916개로 늘어나며 개인들의 ‘달러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화예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이 늘어난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유학생 자녀, 주재원 가족을 둔 경우 등 평소 꾸준히 달러를 송금해야 하는 실수요 고객들이 달러를 미리 사두려는 경우가 부쩍 늘었으며, 특히 개인들 가운데 환차익을 노리고 ‘쌀 때 사두자’며 달러를 사들이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10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발표하며 “개인의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달러 저가 매수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달러 약세 분위기에 다양한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소 1달러부터 최대 1만달러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입금이 가능하고 자동이체 주기와 금액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썸데이 외화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환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대폭 줄인 게 특징이다. 원화 입금 시 기본 70%, 최대 90%까지 환율 우대를 해주고, 해지할 때는 수수료 없이 외화를 현찰로 찾을 수 있다.

하나은행이 판매 중인 ‘일달러 외화적금’은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면 현찰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소액으로 쉽고 간편하게 모으고 분할인출이 만기 전 5회까지 가능한 미달러 전용 적금이다.

개인 1인 1계좌로 만들 수 있고 가입기간은 6개월로 재예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가입 금액은 1달러 이상, 월 최대 납입한도는 1000달러다. 내년 3월까지 상품에 가입할 경우 연 0.1% 금리가 적용된다.

NH농협은행은 원화·외화 패키지 상품을 가입하면 교차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신상품 ‘NH주거래우대외화적립예금’을 내놨다. 기존 NH주거래우대적금(원화) 가입 고객이 NH주거래우대외화적립예금도 가입하면 0.1%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10달러 이상 자유롭게 넣을 수 있고 가입 기간은 12개월이다. 신한은행은 ‘더모아’ 신한카드 포인트를 매월 신한은행 달러예금이나 신한금융투자의 해외투자가능계좌에 재투자해 자산을 모을 수 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