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가 고향인 그는 학창시절 농사일을 돕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에서 나눠준 리코더를 불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거기에 재미를 붙여 음악 교과서를 다 외우고, 화음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다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통기타 동아리 하이코드에 가입해 활동했다. 노래를 계속 하고 싶어 직장에 다니면서 부터는 라이브클럽 무대에 섰고, 직장인 밴드인 ‘두암밴드’와 ‘큐브밴드’ 등에 들어가 10년 가까이 밴드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락부터 재즈와 가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목청껏 노래했는데도 음악에 대한 갈증이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그는 지인의 제안으로 지역 재즈밴드에 오디션을 보러갔다. 그것이 인연이 돼 1년 여를 활동하게 된다.
“첫 무대에서 스캣 즉, 의미없는 단어로 애드립을 하라는 거예요. 그전까지는 못하는 장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밴드를 하면서 여러 장르를 잡식으로 다해서 소화를 못하는 곡이 없다고 믿었죠. 그런데 못하는 장르를 만난 거예요. 입이 안떨어지고,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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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컬리스트 장소영씨의 공연 모습. |
대학원에 다니기 전에는 오직 감으로 노래했다면, 대학원 이후로는 코드가 무엇인지, 피아노는 어떻게 치는지 등 이전보다 음악을 제대로 알고 부르게 된 것. 그는 본격적으로 음악에 뛰어든 때를 이 시기로 꼽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아이돌이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로 선택되면서 보컬 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상승했는데 당시 이를 가르칠 보컬 선생님이 지역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학교를 마치기 전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6인조 장소영 밴드와 3인조 포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재즈는 주류 음악 장르가 아니에요. 그래서 그룹을 만들어 활동해도 연주자들이 생활하기가 어렵죠. 팀이 유지되기가 힘들구요. 그러던 차에 재즈보다는 블루스에 더 매료됐고, 블루스와 락을 결합해 이같은 장르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연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한영애와 신촌블루스, 강허달림, 김현식, 제니스조플린 등의 음악에 심취한다. 이에 영향을 받아 한국적인 블루스, 거기에 락을 더한 음악에 빠져든다.
“우리나라의 ‘한’(恨)이라는 정서가 블루스와도 맞닿아 있죠. 흑인들이 일하면서 서로 주고, 받고 흥얼거리다 만들어진 게 블루스거든요. 노동가이다 보니 한과 통하는 지점이 있달까요. 진도 사람들에 한이 있다고 하던데 저도 그걸 갖고 있는 듯 합니다. 내면의 것을 발산할 수 있는 블루스 락이라는 장르를 하면서 ‘아, 이거 드디어 찾았구나’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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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케스트라 선율에 맞춰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장소영씨. |
그는 올해 초부터 이름을 내건 유튜브 장소영TV를 운영 중이다. 기타리스트인 지인이 운영하는 채널을 통해 장소영 밴드의 무대가 공개됐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다.
지인의 도움으로 채널을 만들고 촬영과 편집 등을 배워서 혼자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영상을 업로드 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신기하기도 하고, 많이 좋아해줘서 하다보니 추억의 앨범을 들여다보는 듯하다는 반응이다.
부르고 싶은 곡을 부르니 즐겁게 할 수 있고, 노래를 하다 보면 자만할 수 있는데 영상을 보며 수련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정규 앨범 작업에 돌입한다. 사실 몇년 전부터 계속 준비하고 있는데 블루스 락이라는 장르와 정체성을 담을 만한 곡이 모이지 않아 미뤄졌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또 그는 더 좋은 소리, 더 나은 무대를 위해 가득 채운 것들을 비우고 노래하는 방법을 연구할 예정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먹는 것은 물론, 너무 잘하려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그 만의 무대를 위해서다. 첨단에 자리한 스튜디오와 같은 층에 미니 콘서트홀 오픈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앨범을 발매하는 한편,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50세가 되기 전에 앨범을 꼭 내고 싶죠. 지금이 딱 그때인 것 같아요. 이를 위해 무대에서 온 에너지를 다 쏟아내기에 앞서 지금처럼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을 관리할 거구요. 앞으로도 꾸준히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