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 문학상, 다리, 건물, 길 등에 사람의 이름을 많이 붙이고 있다. ○○○문학상, ○○○대교, ○○○센터, ○○○길 등이 그것이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유명하다는 것이다. 상(賞)에는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건축 등에서 큰 업적을 쌓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그 사람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상을 제정해 시상하는 것이므로 누구나 타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 생존해 있거나 대단한 업적을 쌓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언젠가 모 시인이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하면서 했던 수상소감이 인상적이다. “누군가의 이름으로 받는 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시인들을 대표해서 받는 상이라서 자랑스럽다.”고 하였다. 모 시인이 이렇게 말한 배경에는 사람 이름이 붙은 상들 중에는 너무 수준 낮은 경우도 있거니와 훌륭한 업적을 쌓은 경우도 그것을 운영하는 문예지잡지사가 상을 빌미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문예지를 25년째 발행하고 있다. 편집위원들이 문학상을 운영해보자고 했지만 자칫 문학상을 운영하면서 문학권력화 시킬까봐 이를 경계하여 그 흔한 문학상을 운영하지 않았다. 문학상을 시상하는 잡지사들이 상을 권력화시켜 수상자들 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수상자를 문학권력의 울타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문학상 시상 후 많은 말들이 떠돈다.

이러한 현실에 문학상 하나 못 받은 사람은 수준 낮은 작가가 되고 만다. 상대적으로 문단에서 유명세를 타는 작가들은 여러 개의 문학상 수상 이력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필자는 문학 수상자들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다. 유명 수상자들을 통해 문예지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잘못된 문예지 발행인과 주간들에게 감히 입바른 소리를 하곤 한다.

문학인은 좋은 작품을 생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문예지 또한 문학관리자로서 많은 작가들에게 좋은 발표지면을 제공하는 일이다. 문학상이 많아지고 거기에 따른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문예지를 권력화시키는 데 있다. 문학상을 수상하기 위해 작가들은 문예지를 발행하는 잡지사와 우호적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에게 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에 따른 폐해는 정말 좋은 작가를 놓치기 일쑤이고 많은 문학인들에게 외면당하기 쉽다.

그런데 문학상의 또 다른 폐해 하나는 아직 생존한 작가를 위해 문학상을 만들고 문학관을 만드는 일이다. 이는 주로 지자체에서 훌륭한 자기 고장의 예술가를 기리고자하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더라도 작가 사후에 평가하여 상을 제정하고 문학관을 짓는 일이 일반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생존한 사람을 위해 상을 제정하고 문학관을 짓는 경우는 대부분 지자체에서 예술가를 상품화시키고자 하는 발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해 여러 가지 불만의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문학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문학상처럼 상을 남발하거나 예술가를 상품화시키겠다는 지자체의 의도가 개입된 경우가 많다.

다리, 건물, 길 등에도 유명인의 이름을 무분별하게 붙이다가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자체의 무분별하게 유명인 이름을 남용하는 것도 문제이다. 아직 새파랗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체육인의 이름을 빌어 체육관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트로트 가수로 연예계에 진출한지 1년도 안된 14세 소년의 이름을 앞장세워 길의 이름을 지은 경우도 있다. 참으로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여기에서 ‘이름’은 모두가 공감하고 자랑스러운 이름이 되어야 한다. 가령 ‘이순신대교’는 우리 국민들이 모두 자랑스러워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압해대교’를 ‘김대중대교’라고 이름을 붙였다가 한 번 소동이 인 적이 있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걸출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김대중대교’라고 다리 이름을 붙이려 했던 행정당국은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평가하려면 최소한 사후 50년은 지나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갓 연예계에 나온 소년의 이름을 따서 ‘○○○길’이라고 한 것은 명백한 상업적 전략이다. 14세의 소년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이제부터 노래인생이 시작될 터인데 성급하게 길에 소년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름은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고 정체성을 밝히는 소중한 가치이다. 그러므로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함부로 내굴릴 수 없어 옛 사람들은 호를 사용하고 이름을 아꼈다.

사람이 죽어 묘 앞에 세운 이름 석 자는 자신이 살아온 수십 년의 시간과 행적이 켜켜이 쌓여있다. 그러므로 어떤 이념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 오늘도 우리는 명함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고 있는데, 자랑스러운가? 그렇지 못한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