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노인이나 노후라는 단어에 부쩍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지난 2월부터 몰아친 코로나19 광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취약지점을 정확히 노정했다. 특히 코로나는 저소득층과 노령 인구에 치명타를 가하는 잔인함을 드러내고 있다. 방역 당국이 그렇게 말리는 방문판매와 투자설명회에 몰려든 노인들 때문에 집단 감염, n차 감염의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인은 간단명료하다. 손에 쥔 것은 없고 ‘재수 없이’ 오래 살 경우를 대비해 가능한 자산을 늘려야 한다는 강박과 조급함 때문이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있는 라임 투자 사기 사건에서도 노인 피해자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70대의 한 노인은 “직장생활로 평생 모은 재산이라야 집 한 채가 고작인데,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병원비 등으로 돈 들어갈 일은 더 많아질 것 같아 고수익 미끼를 물었다”고 하소연했다. 그가 투자했다가 환매가 중단돼 묶여버린 돈만 무려 11억 원이다. 막막할 따름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중장년의 마음이 조급한 이유가 잘 드러난다. 2019년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 2000여만 원.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 보다 1000만 원가량 적다. “할아버지는 평생 직장생활에 퇴직금까지 받았으니 부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숫자가 말한다. 금융자산만 놓고 보면 더 심각하다.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7900여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보다 2000만 원 이상 적다. 8000만 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몇 년 아니 몇십 년을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조급과 강박을 낳는다. 그리하여 젊은 층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만 불행히도 실패확률은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지난 5∼8월 국민 1인당 100만 원씩을 지급한 코로나 1차 재난지원금은 경색 단계에 이르렀던 우리 경제에 단기간이지만 효과가 상당했다. 행정안전부 조사를 보면 지원금의 26.3%가 마트·식료품 업종에서 사용됐다. 음식점은 24.3%였고 병원·약국에서도 10.6%가 쓰였다. 주유(6.1%,) 의류잡화(4.7%) 편의점(4.6%) 학원(3.6%) 등이 뒤를 이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고르고 빠르게 약효를 냈다.

하지만 9월부터 지원된 소득 하위계층에 대한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2만 원의 통신비 지원, 그나마 선별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비싼 돈 쓰고 생색도 나지 않은’ 최악의 정책 가운데 하나로 꼽힐만 했다.

최근 한 경제지가 내놓은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흥미롭다. 1년 반쯤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올 초부터 대세로 굳건했던 이낙연 대표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사와 엇비슷하거나 뒤지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전세가 바뀌는 시점이 빅데이터 분석으로 명확히 나타난다. 이 지사가 모든 국민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주장하면서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검색 건수가 늘고, 뉴스에서 다루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여론조사 결과도 높게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보다 앞서 신천지 가평 본산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코로나 대응에 나서면서 검색 건수와 여론조사 결과가 비례해서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 기사의 분석이다.

대선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도 변수도 많아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사회적인 이슈와 의제(agenda)를 누가 먼저 선점하고 주장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1024만여 명인 60세 이상 인구가 2030년에는 1726만 명, 2040년엔 2112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한다. 노인 복지비와 경제인구 감소 등의 문제는 명약관화하다. 50대 이상이면 누구나 공감하고 말하고 싶지만 정작 꺼내지 못하는 ‘정년연장’이 그 중의 하나다. 정치적 폭발력을 우려해 정치인, 특히 대권 주자들은 말을 아낀다. 그럼에도 재난지원금 주는 문제를 놓고 좌고우면하다 대세를 놓친 것처럼 청년실업, 일부 정치인의 근시안적인 주장에 휩쓸려 감추고 비켜가다 보면 정작 대비할 시간을 놓쳐버릴 우려가 적지 않다. ‘장수(長壽) 리스크’를 서둘러 고민해야 할 때다. 정책에도 용기와 타이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