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자당 국회의원들의 제2 지역구 갖기 운동을 통해 ‘호남동행’을 선언했다고 한다. 지난 8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518 민주화묘역에서의 무릎 참배에 이은 호남민심 끌어안기 행보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열고 ‘제2 지역구 갖기 운동’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광주에는 8명이 배정됐고, 전남에는 24명의 의원이 22개 시·군을 제2의 지역구로 삼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고질적 지역주의와 지역갈등을 넘어 국민 대통합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여건이 열악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가서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너무 늦었다. 호남에 죄송하다”고 거듭 밝히며 “마음을 열어주고 곁을 내달라. 호남이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호남과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이들 의원들과 호남 지자체간 자매결연을 통해 소통 창구를 만들고, 지역 현안 해결과 예산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좋은 취지이다. 문제는 진정성 있는 실천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호남 지역민 속으로 들어와 소통하면서 지역현안과 주민 삶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함께 한다면 극우정당이란 응어리를 풀고 분명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통이 국민의힘 지지자에 국한된다거나 사진찍기식 자매결연에 그친다면 그 확장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민들은 더욱 마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심은 바람처럼 늘 변화한다. 지난 8월 초 실시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호남 지지율이 18.7%까지 뛰었다. 물론 통합당의 지원 속에 강행된 광복절 집회 이후 호남 지지율이 7%대로 다시 급락하기는 했으나, 당의 노력 여하에 따라 호남 지지율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국민의힘이 진정 호남을 끌어안고 싶다면 지역의 숙원인 5·18 진실규명과 역사왜곡처벌법 제정 등 구체적인 행동부터 보여줘야 한다. 호남동행의 시작은 지역민의 여망에 함께 동화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