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5월시동인과 광주전남작가회의 오월문예연구소가 5월시 판화전을 5일부터 오는 25일까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마침내 하나로 끌어안는 흙가슴이 되어’라는 타이틀로 연다.


<본보 6월2일자 17면>



전시 타이틀인 ‘마침내 하나로 끌어안는 흙 가슴이 되어’는 동인시집 제7집에 실린 김진경의 시 ‘두근두근’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번 판화전은 1983년과 1986년 판화전에 이은 세번째 판화전시로 이해하면 된다.

5월시동인은 1983년 여름 광주아카데미술관에서 첫 판화전시를 열었다. 문학과 타 장르와의 연계를 모색하는 한편, 5월의 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해 9월 판화시집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 있어라’(한마당출판사 刊)를 펴냈다. 이 판화시집은 시와 판화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판화가 민중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전정호 판화 ‘학살’

이어 1986년에는 교육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된 ‘민중교육’지 발간으로 투옥된 김진경 윤재철 동인의 뜻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5월시 판화시집 ‘빼앗길 수 없는 노래’(시인사 刊)를 출간했다. 자유실천문인협회 주최로 ‘구속문인 석방 촉구 문학의 밤’이 열리기도 했다.

이번 판화전에는 강형철 고광헌 곽재구 김진경 나종영 나해철 박몽구 고(故) 박주관 윤재철 이영진 최두석 시인 등 5월시동인 11명의 시 22편과 고규태 김경윤 김수 김완 김준태 김형수 김호균 김희수 박관서 박두규 박선욱 박정모 박종화 박학봉 송광룡 송태웅 윤재걸 윤정현 이도윤 이상국 이승철 임동확 조진태 조성국 시인을 망라한 초대시인 24명의 시 24편 등 모두 46편이 선보인다.

조진호 판화 ‘동백꽃’

또 고근호 김경주 김봉준 김희련 류연복 박진화 백은일 이동환 이상호 이준석 전정호 전혜옥 정진석 조진호 주홍 천현노 홍선웅 홍성담 홍성민씨 등이 작업한 판화와 세종손글씨연구소(소장 김성장)에서 작업한 손글씨가 출품된다. 김성장 소장은 ‘억울하게 목숨을 빼앗긴 시민들의 뜻 하늘에 닿기 전에는 무기를 내줄 수 없다고 차가운 대포 앞세운 채 들이닥치는 탱크 앞에 가슴을 활짝 열고 누운 어머니를 본다…후략…’라는 박몽구 시 ‘향일암 동백꽃에 너를 보는’ 일부를 썼다.

전시장에서는 고광헌 시인의 ‘노래’와 김경주 화가의 동명 작품 ‘노래’, 나해철 시인의 ‘찔레꽃’과 주홍 화가의 동명 작품 ‘찔레꽃’, 윤재철 시인의 ‘겨울 능소화’와 이동환 화가의 동명 작품 ‘겨울 능소화’ 등 대체로 시의 제목과 동일한 판화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83년 판화전시 때 선보였던 김경주 화가의 판화 2점과 조진호 화가의 판화 1점 등도 추가된다. 김경주 판화 2점에는 나종영 최두석 시인의 작품이 새겨졌고, 조진호 판화 1점에는 곽재구 시가 새겨져 있다.

홍성담 판화 ‘서석대’

5월시 동인으로 함께 했던 나종영 시인은 “이번 전시를 맞아 일일이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려울 때 도움을 준 분들이 많았고, 그들이 떠오른다”면서 “5월시 동인시집 세트 출간은 물론이고 이번 판화 전시는 40주년을 맞은 5월항쟁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한편, 동인 활동의 흔적들을 정리해 후세대에 넘기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5월시 동인시집’ 세트(전 9권)는 도서출판 그림씨에 의해 광주 오월의 첫날인 5월18일에 맞춰 1981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1집 ‘이 땅에 태어나서’를 포함해 순차적으로 출간됐다. ‘5월시’ 동인 시집 6권에 1983·1986년 간행된 판화시집 2권 및 신작 시집을 더한 ‘5월시 동인시집’을 새롭게 펴낸 것이다.

홍성민 작 ‘전두환을참수하다’

5월시 동인시집 세트는 1981년부터 1994년까지 발행된 5월시의 시집 6권에 1983·1986년 간행된 판화시집 2권, 여기에 신작 시집을 더한 ‘5월시 동인시집’으로 구성됐다. 동인시집 출간은 자칭 1970~1980년대 동인들의 팬이었나 어디서도 ‘5월시’ 시집 전권을 찾을 수 없던 것을 안타까워하던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의 의지로 1년여 작업 끝에 탄생했다.

한편 5월시동인 시전집 출판기념회를 겸한 전시 개막식은 오는 8일 오후 4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