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도 가학항 건물벽화에 금당팔경이 그려져 있다.

금당도 어디를 가도 톳을 건조하는 부지런한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금당팔경을 이루는 바위인 교암청풍의 모습

이른 아침부터 톳 건조작업을 하고 있는 금당도 주민들

울포항에서 바라본 금당도

조선왕조실록에 황각채로 나오는 황금빛 톳은 구황작물로 역사에 기록 돼 있다.

완도 금당도는 장흥 노력항과 고흥 녹동항에서 아주 가까운 섬이다. 행정관할은 완도군이지만 지리적으로 장흥과 고흥에 가까운 섬이다.

녹동항에서 오전 6시 첫 배를 타고 들어가 금당도의 진면목을 봤다. 울포항에 도착하자마자 온통 섬 전체가 해조류인 ‘톳’으로 덮여 있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뿐만 아니라 밭이며, 산이며, 항구까지도 톳을 수확, 건조하기 위해 온통 천지가 톳이다. 말 그대로 톳의 천국이자, 금당도의 세상은 온통 톳이다.

완도군은 지난 4월 ‘해양치유’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바다의 불로초로 톳을 선정했다. 전복과 김, 미역, 다시마를 비롯해 ‘톳’을 중점 생산하고 있다. 금일도를 중심으로 국내 톳 생산량의 60%를 점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는 고소득 해조류이다. 현 신우철 완도군수가 모든 정성을 바쳐 대량생산에 성공한 해초이기도 하다.

이처럼 역사에 금당도는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금당도라는 지명이 역사에 처음 나타난 것은 1431년 세종실록부터이다. 금싸라기 같은 집(堂)이라는 뜻으로 금당도라 했다. 왜 금싸라기 같은 곳일까? 그 답은 1437년 1월 13일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금은 바로 톳이었다. “백성이 얼고 굶주려 목숨을 잃는 자가 매우 많으니 … 쌀죽과 황각채(黃角菜)와 미역 등을 주되, … 그것을 삶고 익혀 진휼”하라는 세종임금의 명령이 나온다.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의 구황작물로 완도의 해조류를 이용했음이 알게 하는 기록이다.

“소금이나 황각채 등의 물품을 옮겨다가 나눠준다면 거의 구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굶주린 백성들의 구황작물로 미역과 톳을 이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것들이 무진장하게 생산되는 섬 바로 금싸라기와 같이 전당이란 뜻으로 금당도라 명명했을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녹각채(鹿角菜)라 했고 일본에서는 히지미(鹿尾菜)라 한다. 이미 우리는 톳의 우수성을 알고 이용했다. 톳은 3~5월이 제철이며 ‘바다의 불로초’라고 불릴 정도로 칼슘과 철분, 요오드, 철, 마그네슘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데, 특히 철분 함량이 높아 다른 어떤 것보다도 빈혈에 효과적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칼슘함량이 높은 한국산 톳을 선호, 일본시장의 40%를 점하고 있다. 칼슘은 우엉보다 6배, 우유보다 15배, 철분은 우유보다 무려 55배나 많아 골다공증 예방 및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식품이다.

지금도 금당도에서는 “보리에 톳만 넣고 지은 밥을 3일만 먹어봐라. 콧구멍에서 톳냄새가 며칠을 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많이 먹었다는 소리이다. 그래서 건강의 섬이었다.

임진왜난을 전후로 미역과 톳, 전복을 채취하기 위한 포작인 즉, ‘무레꾼’들이 대거 모여 살면서 한국인의 식생활 개선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특히 금당도 주변에서 물질을 하던 사람들을 ‘무레꾼’이라 한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이순신 장군의 휘하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또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한 구국전선에 전라도 무레꾼들이 수군으로 대거 참전하면서 금당도는 활기를 되찾게 됐다.

이들 무레꾼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뱃길과 물길을 알고, 배를 노련하게 가지고 놀 수 있으며, 먹을 것을 스스로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전쟁을 수행한 것이다. 이순신도 바로 이러한 전라도 사람들이 없었다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약무호남시무국가라고 한 것이다.

임진왜란 이전의 방어전략 즉, 온통 모든 것을 없애고 산성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대적하지 않는 청야입보(淸野入堡) 전략에서 이후에는 공도(空島)가 아니라 적극적인 입도(入島)전략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섬으로 오게 되고, 각 섬에는 이 때부터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해 살기 시작한다. 결국 전쟁과 경제적 이유로 사람들이 섬을 택하게 되고, 대부분이 전라도 사람들이다.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 진린 장군의 조명연합수군이 사상 최초의 전투인 금당도 해전의 승전을 시작으로 그 여세를 몰아 좌수영 여수를 탈환하고, 한반도에서 왜구를 몰아낸 시작은 금당도에서부터이다.

금당도는 이순신에게 힘을 실어준 경제적, 군사적, 전략적 요충지였고 식량공급기지이자 황장목이 풍부해 판옥선이나 거북선을 만들 강하고 오래가는 고급목재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임진란 이후에는 소나무를 귀하게 여겨 함부로 벌목하지 못하도록 봉산(封山)을 두었는데 특히 황장목(黃腸木)은 중요하게 관리됐다. 바로 완도 상왕산과 금당도, 여수의 금오도, 고흥의 절이도(거금도) 3군데는 중점적으로 관리됐다. 송진에 많아 불그스름한 빛깔을 띠고, 바닷물에도 쉽게 부식되지 않는, 강한 소나무가 일렬로 쭉 늘어선 모습을 연상해보면 왜 황금의 물결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래서 금싸라기와 같은 집(堂)에서 금빛 물결(塘)의 섬으로 이름이 바뀐다. 1755년 1월 20일 영조임금 때이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이제 국토를 재정비해야 하기에 서남해안에서는 제일 먼저 봉산으로 금당도를 선정한 것이다. 제1호 봉산이 금당도이다.

“황장목을 진상해 궁궐목재를 충당하고, 선박건조의 필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목적을 명확히 하고 전라도에 142개소 봉산을 선정했다. 임진왜란 이후에도 국가를 지키고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한 물자를 생산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함이었다.

임진왜란 이후에 재조지은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사대성리학자들이 금당도를 방문했다. 특히 진린 장군이 조선에 파병된 첫 전투에서 승리한 금당도는 필수코스였다. 사대학자들은 금당도를 찾아 명나라의 은공에 감사를 드리면서 금당도의 아름다움을 기록했다. 기행일기가 있는 섬은 경남 남해(13), 제주도(11), 강화도(7), 흑산도(3), 우이도(2) 등이 있으나 유배와 관련 없이 순수한 여행목적의 기록은 금당도 2편이 유일하다. 그만큼 이 땅에서 보물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첫 번째가 1683년에 금당도를 여행하고 기록을 남긴 서봉령의 ‘유금당도기’이다. 두 번째가 존재 위백규의 금당도선유기(1751)이다. 배를 타고 금당도를 돌아보면서 금당도의 자연에 감탄하는 내용을 기록했다. 금당도 바다에서 첫 전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조선을 다시 태어나게 한 명나라 진린 장군과 병사들을 생각한다면 사대학자들에게 금당도는 교과서와 같은 지역이었을 것이다. 명나라를 배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반역이었고, 이단이었다.

존재 위백규는 금당도에 진(鎭)을 설치해 이 나라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를 타고(船遊) 병풍바위, 부채바위, 스님바위, 교암청풍, 초가바위, 코끼리바위, 남근바위 등을 돌아보고 나서 “붉은 절벽과 푸른 바위는 마치 귀신이 만들고 깎아 놓은 듯하고, 더할 나위 없이 기괴하다”고 했다.

지금도 신비로운 자연풍광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으며 전라도의 가치와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세계적인 해양치유식품을 생산하는 건강의 섬으로 금빛 물결이 힘차게 출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