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국내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으나 해외 유입 환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세계인들의 관심은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지금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옮겨가고 있다.

29일 0시 기준으로 국내 확진자는 전날보다 105명 늘어난 9,583명이다. 한 때 900명 대까지 치솟았던 하루 확진자 수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백명 대를 오가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 완치로 격리 해제된 확진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5,033명을 기록함으로써 코로나 공포는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은 지금 맨붕 그 자체이다. 미국은 10만1657명을 기록해 단숨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탈리아는 8만6,498명으로 뒤를 이으며 중국의 8만1,394명을 앞질렀다. 이어 스페인과 독일, 프랑스, 이란, 영국 등이 연일 수천에서 수만의 확진자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독일의 치명률이 유달리 낮다는 사실이다.

독일은 세계에서 다섯째로 많은 5만871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사망자는 342명으로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0.7%다. 치명률 4.38%인 전 세계 수준의 6분의 1 이하다. 같은 유럽국가인 이탈리아의 10.61%, 스페인의 7.6%, 프랑스의 6.1%보다 현저히 낮다. 치명률에서 만큼 자부를 갖던 한국의 1.45%와 비교해도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

독일은 도대체 왜 코로나19 치명률이 이렇게 낮은 것일까.

한 때 이탈리아에서 코로바 확진자가 다량 발생하고 치명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고령 인구 비율이 유난히 높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고령자 비율에서 독일이나 이탈리아나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생활 습관에서 차이가 있는 것일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블룸버그 통신 자료를 인용하며 생활습관은 독일보다 이탈리아가 더 건강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비밀의 열쇠는 바로 보건의료 인프라이다. 2017년 OECD에서 발간한 보건의료 통계를 보면 독일은 의료비 지출액과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의사와 간호사 인력과 병상 확보율 면에서 유럽 최상위권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독일의 의료에 대한 지출이다. 독일의 1인당 보건의료 지출은 2015년 통계로 3,396유로로 EU에서 최고다.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탈리아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502유로로 EU 평균인 2,797유로보다 10%쯤, 독일보다 약 26%가 적다. 독일의 의료 인프라도 EU의 다른 회원국을 압도한다. 독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비율은 4.25명으로 EU 평균인 3.60명보다 0.65명이 더 많다. 이탈리아의 경우 3.99명으로 독일보다 적다. 독일은 인구 1000명당 간호사 비율도 EU 평균인 8.4명을 웃돌고 있으며, 병상 비율 역시 유럽에서 최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의료 인프라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는 하지만 독일은 물론이고 OECD국가들에 비하면 아직 많이 뒤떨어진다.

2017년 국민 1인당 경상의료비 지출금액은 평균 2897달러로 OECD 평균인 4069달러보다 낮다.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액을 따져 봐도 OECD 평균은 8.9%인데 비해 한국은 7.6%로 낮았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최하위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인 3.4명에 못 미쳤다. 간호사 수도 인구 1000명당 3.5명으로, OECD 평균 7.2명보다 낮았다.

인프라가 곧 사망률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의료시스템이 마비됐을 경우 코로나 공격에 의한 치명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의료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인간의 방역에 맞서 바이러스 스스로 변이를 거듭하는 지금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 공격은 언제든지 몰아칠 수 있다. 바이러스 공격에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상시 구축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