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 신문에 나고 뉴스에 나오는 걸 보고 내가 결심을 단단하게 했어요. 아니다. 이거는 바로 잡아야 한다. 도대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오. 그래서 내가 나오게 되었소. 결국은 그야말로 참 계집애가 이 꽉 물고 강간을 당하는...그 참혹한...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것은 알아야 합니다”



1991년 8월14일. 이날은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약 반세기 동안의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다. 이후 전국의 생존자들이 잇따라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이에 2012년 타이완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8월14일을 ‘세계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가 돼서야 법안이 본 회의를 통과, 올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확정된 것이다.

첫 ‘세계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의미 있는 영화 한 편이 개봉돼 관심을 끈다.

광주극장은 14일 중국에 생존해 있던 위안부 피해자 22명의 마지막 일상을 담은 영화 ‘22’를 스크린에 올린다. 영화는 할머니들의 일상을 최대한 조심스럽고 절제된 시선으로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22’는 지난해 8월14일 중국에서 개봉하며 기적적인 흥행 기록(개봉 12일 만에 550만 명 관객)을 쓴 한중 합작 영화이다. 역사적 아픔을 공유한 두 나라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제 무대로 이끌어 내기 위한 방편으로서, 2014년 영화 공동 제작에 나섰다. 피해 할머니들이 워낙 고령인 터라, 더 늦기 전에 아픈 과거를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의식 혹은 조바심이 이들을 움직이게 했다. 실제 촬영 당시 2014년 생존자는 22명이었으나 중국 개봉 당시에는 7명이 됐다.

궈커 감독은 “이분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에서는 예정대로 지난해 관객들을 만났으나, 한국에서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국과 동시개봉 하지는 못했었다. 때문에 올해 첫 ‘세계 위안부 기림의날’에 맞춰 개봉하게 돼 더욱 뜻 깊다.

영화는 중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22명 위안부 생존자들을 모두 찾아간다. 할머니들은 전쟁 역사상 자행된 가장 끔찍한 폭력의 피해자이자 스스로 그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수한 집단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또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영화는 22명 중 4명 할머니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카메라가 좇은 그녀들의 아픈 삶을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2018년 8월 현재까지 한국 내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7명, 중국 내 피해 생존자는 6명으로, 대부분 90세를 넘긴 삶의 끝자락에 놓여 있는 할머니들이다.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역사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한편 올해 첫 ‘세계 위안부 기림일’ 지정을 맞아 전시·공연 등 기념 행사도 마련된다.

광산구 평화의 소녀상 모임은 14일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기념행사를 갖는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29일부터 9월12일까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일본군 성노예였다’를 주제로 한 위안부 관련 자료전시회 ‘진실과 정의, 그리고 기억’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