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주연의 영화 ‘선생 김봉두’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선생 김봉두가 발령받은 시골마을에서 비포장도로의 통행을 둘러싸고 싸움이 벌어진다. 남진의 아버지는 하우스에 물을 대기 위해 고무호스를 길 위에 설치해 두었고, 수확한 채소를 팔기 위해 그 길을 지나가야 하는 성만이 아버지가 경운기를 타고가다 호수가 찢어지자 다툼이 생긴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온 선생 김봉두는 삽으로 땅을 파서 그 안에 묻는 방법으로 간단히 문제를 해결하였다. 김봉두는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둘 사이의 갈등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선생 김봉두가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재판을 통해 해결하기에는 시간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실익이 크지 않으나 분쟁 당사자간의 감정의 골이 커지면 결국 법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의 가장 큰 맹점은 일도양단식 이분법적 사고라고 할 것이다. 법을 통하여 원칙대로만 해결하려고만 할 경우 오히려 분노와 갈등만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궁중족발’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궁중족발을 운영하고 있던 임차인은 월세 인상문제로 임대인과 갈등을 빚다 명도소송에서 패소하였고 강제집행 과정에서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강제집행이 종료된 며칠 후 임차인이 임대인을 찾아가 대낮에 망치를 휘두르며 폭행을 저지르다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파국으로 끝이 난 것이다.

법에 의한 해결보다는 타협과 양보를 통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대표적인 분쟁이 주택의 임대차와 관련된 분쟁이라 할 것이다.

주택임대차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2017년 전국 6곳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개소하였고, 광주지부도 2018년 7월 4일로 개소 2년차에 들어간다. 2018년 4월 30일 기준 1,916건의 주택임대차 사건이 조정위원회에 접수가 되었고 대부분의 사건들은 선생 김봉두에서 발생한 사건과 같이 재판을 통하여 해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사건들이었다.

주택임대차분쟁은 미납월차임의 정산에 관한 다툼이나 임차목적물의 사소한 훼손을 이유로 한 보증금 일부의 공제에 관한 다툼 등과 같이 매우 소액이거나 사소한 다툼이 많았다. 많은 경우는 임차인의 경제적인 능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임대인보다 열악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변호사나 법무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시간적, 비용적으로 쉽지 않았고 그 실익도 크지가 않았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기간 만료일에 맞춰 보증금을 회수하여 새로운 임대인에게 지급하여야 하거나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일에 주택을 명도받아 새로운 임차인에게 인도하여야 하는 등과 같이 시간적, 상황적으로 신속한 해결을 필요로 하기도 하였다.

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사건 중 각하, (화해)취하된 사건을 제외한 조정성립율은 89.35%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고 조정이 성립된 날까지의 평균 처리 소요 일수도 36.5일에 불과하였다.

조정위원회는 제도 출범 1년여 동안 주택임대차 관련 분쟁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여 조정위원회의 설치 목적인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빠르고 저렴한 분쟁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할 것이다.

현재 조정위원회는 독립홈페이지(www.hldcc.or.kr)를 개설하여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사례를 분야별로 제공하고 있으며, 방문예약 및 온라인 조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하여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등 조정위원회를 통한 분쟁조정이 크게 활성화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정위원회를 방문하는 당사자들 중에는 상가임대차분쟁에 대해 문의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상가건물임대차분쟁에 대한 조정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가 되고 있으나 현재의 조정위원회가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예산, 인력 운용의 효율성 측면과 국민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조정위원회가 주택임대차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통한 국민의 주거안정 보장 뿐만 아니라 상가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도모 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