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업했는데 당시 워낙 노래를 못부르게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어요. 전국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기 대회도 있었구요. 그때 노래를 노래로만 놓아두지 말고 예술행위로 더 확대해보자 해서 붓을 들었고, 노래못부르게 한 것에 대한 저항이었죠.”

이는 ‘투쟁의 한길로’와 ‘바쳐야 한다’ 등 운동권 가요의 한 획을 그은 민중음악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시인, 공연 연출 총감독 등 예술분야 다능인으로 널리 활동을 펼쳐온 박종화씨가 출판기념회와 서예전시회를 앞두고 밝힌 소감이다. 이번 출판기념회와 전시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걸쳐져 있던 시대상황에 대해 책자와 작품, 영상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 작곡데뷔 30년을 맞아 기념앨범 ‘사색30’을 최근 내놓아 예술계 안팎의 주목을 받은 박종화씨는 기념앨범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서예와 함께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출판기념회와 서예 전시회를 잇따라 연다.

‘흔들리지 말자’

그는 먼저 서예 전시와 함께 출간될 ‘임을 위한 행진곡’에는 노래극 ‘넋풀이’의 제작과정, 노래의 가사가 탄생되는 우연적인 사건, 작곡의 시작 및 완성의 기간과 얽힌 사연, 녹음과정과 참여한 사람들의 연습과정, 전문 작곡가에 비친 노래의 변천과정, 노래의 선율과 가사 분석 등을 담고 있다.

또 가수 오정묵에 대한 스토리를 비롯해 전국배포의 우여곡절 등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노래에 담긴 역사적인 사연들을 풀어내고 있다.

특히 책의 전반부에는 전시작품 20점이 실렸다. 노래의 생성과정과 전파경로 그 뒤에 숨은 영화 같은 사연들을 소개하는 한편, 노래가 대중화돼 가는 과정을 2017년 촛불정국까지 살펴보고 있으며, 전문 작곡가가 분석하는 노래의 선율과 가사의 변천과정도 수록됐다.

이외에 광주에서 만들어지고 광주로부터 보급을 시작한 노래인 만큼 당시 제작과 보급에 참여한 광주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사연들을 풀어가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28일 오후 5시18분에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진행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

이어 전시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게 했던 지난 정권에서 창작한 서예작품 20점이 선보인다. 이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저변을 확대하는 동시에 청소년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일깨우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전시는 오는 5월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제10옥사 60m 거리의 복도에서 ‘영상과 함께하는 박종화 서예전-임을 위한 행진곡’이 펼쳐진다. 전시공간이 역사관 제10옥사가 된데는 항일 독립군들과 반독재 민주인사들이 모진 시련을 겪었던 공간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다. 항일독립군들이 모진 시련을 겪은 곳이자 해방 후 양심수 및 반독재 민주인사들이 1987년까지 징역을 살았던 공간이어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노래와 함께 서예작품이 동영상으로 제작돼 상영될 예정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이처럼 세 가지 형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진행하게 된데는 광주중심으로 만들었던 것이 광주에 있지만 이것들이 체계적으로 실질적인 내용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이를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 5월의 노래가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조망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박종화씨는 “이왕 전시를 할 바에야 궁금한 점을 모두 정리해보자고 마음먹었다”면서 “전시장소로 서대문형무소가 좋겠다고 생각해 악착같이 밀어붙였다. 문화유산이다보니 못 하나, 줄 하나 어떻게 할 수 없는 공간이었지만 많은 청소년들이 찾고 있는 곳이어서 역사에 대해 올바르게 알릴 수 있는데 최적의 공간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