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전남 등 호남의 표심의 변화가 ‘변화무쌍’하다. ‘정치는 생물이다’고 한다. 정당의 인기가 치솟는가 싶더니 어느덧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 국민들의 매정한 심판을 받을지 모르는 일이다.

4년 전 정권을 잡은 새누리당도 그랬다. 집권초 인사 실패와 ‘세월호’ 사고까지 터졌지만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선거에 지지 않았고, 완승이 예상됐던 민주당도 이기지 못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모두가 완승을 예상했지만 현실을 달랐다. 이후에도 여당은 재보선과 이듬해 재보선에서도 승리했다. 집권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야당이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서 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새누리당의 ‘오만’은 쌓여 갔고 이후 필패했다. 급기야 ‘박근혜 탄핵’의 여파로 당명도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 바꾸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수행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광주·전남 등 호남의 표심 변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불과 2년 전 만해도 호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그야말로 ‘바닥’을 헤멨다. 호남은 2016년 4월13일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문 대통령에게 초라한 성적표를 안겼다. 호남 28석 가운데 고작 3석만 건졌다. 호남의 심장인 광주에서 전패했고, 전남에서는 1곳만 승리했다. 호남의 민심은 민주당의 문재인이 아닌 ‘국민의당’의 안철수를 선택했다.

그러나 호남 민심은 지난해 5월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을 기점으로 언제 그랬냐는 말이 무색하게 ‘친문재인’ 성향으로 확 돌아섰다.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60%대의 호남 지지율로 당시 안철수 후보를 배 이상 앞섰고, 집권 이후 호남인맥의 중용과 과거 정부와 다른 국정운영을 펼치면서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안철수 대표에 대한 호남의 기대가 꺾인 데다 ‘믿었던’ 국민의당이 결국 분당하고 안철수 전 대표가 보수당인 바른미래당과 합당한 점도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던 말이 실감 난다. 최근 민심의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3년 사이에도 급격한 변화양상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력도 변하고 민심도 바뀌는 게 ‘인지상정’인 것인가. 그런 면에서 호남의 민심은 ‘아이러니’하다.

이제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에서 시·도민의 선택은 어떠할까?

현재로선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전국 평균 60∼70%대를 오르내리고 있고, 특히 호남에서는 90% 안팎의 지지율로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의 민주당의 압승이 기대된다. 더욱이 민주당의 인기는 차치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의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어 더더욱 그러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에서는 ‘문재인 마케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후보자 이름 앞에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들어가면 10%p 이상 오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후보들은 ‘문재인 핫라인’이니 ‘복심’이니 ‘심장’ 등 온갖 수식어를 경쟁하듯 내놓고 있고, 곳곳에 내걸린 플래카드에는 어김없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후보들의 면면을 쉽게 알 수 없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지지율 높은 문 대통령과의 경력을 쓴 후보에게 좀 더 호감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술 더뜬 민주당은 최근 6·13지방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의 경선 여론조사에서 ‘문재인·노무현’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효과’에 눌린 민주평화당에서는 광역이나 자치단체장 후보조차 아예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기초단체장 출신이나 지방의원 등 지역에서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한 예비후보나 정치신인 등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재인·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한 사람, 함께할 것이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문제지만 지나치면 더 큰 문제다.

물론 지역 일꾼의 선택권은 시·도민에게 있다. 광주·전남을 이끌 자치단체의 수장은 후보자 개인의 능력이나 공약을 보고 시·도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와 권한을 줘야 한다.

유권자들도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제대로 된 일꾼을 뽑아야한다.

민심의 변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광주전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어떤 표심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