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무렵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업무에 정신없을 평일 오후 친정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눈은 모니터를 향한 채 전화를 받았다. “은하야… ” 엄마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순간 긴장했다. 평소 부모님은 우리가 걱정할까봐 아프셔도 연락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아빠가 지금 중환자실에 계신다… ” 순간 모든 일을 던지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중환자실에서 아빠를 보는 순간 난 다시 충격을 받았다. 언제나 우리에게 커다란 기둥과도 같았던 아빠가 너무나 작고 연약한 모습으로 누워 계셨다. 아빠는 겨우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은하야! 아빠가 죽을 뻔 했다… 다시는 너희를 못 볼 뻔 했구나… ” 나는 그 날 아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처음 보았다. 아빠는 전날 새벽 뇌경색 증상으로 119에 실려 왔다. 엄마의 발 빠른 대응으로 큰 위험은 넘겼지만 한 달간의 집중치료와 6개월간의 재활치료를 거쳐야 했다.

혹시 대사증후군을 알고 있는가?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비만, 혈압, 혈당,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의 총 5가지 증상 중에 3가지 이상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대사증후군에 해당이 된다. 대사증후군은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으로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어서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생기는 당뇨병, 고혈압 등과 같은 성인병과 직결되어 있고 뇌졸중, 심혈관계 질환, 암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정상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은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질병이다. 즉, 부모와 자식 간에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성인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가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 중에 1명이 당뇨병일 때 자식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약 30%, 부모 모두 당뇨병인 경우 자식이 당뇨병이 될 확률은 약 60% 정도이다. 그러나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다 하더라도 모두 당뇨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 가족력이 있더라도 식이요법, 운동요법, 규칙적인 운동을 통하여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사증후군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그 첫 걸음은 대사증후군과 관련된 세부적인 수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첫 번째 항목은 허리둘레이다. 허리둘레 기준치는 남성의 경우 90cm(35인치 미만), 여성의 경우 85cm(33인치 미만)이다. 두 번째는 혈압으로 기준치는 수축기 130mmHg 미만 또는 이완기 85mmHg 미만이다.

그러나 130mmHg이 넘는다고 모두 고혈압으로 판정하지 않는다. 보통 수축기 140~159mmHg, 이완기 90~99mmHg 사이를 고혈압 1단계라고 판정하며, 정상 혈압과 그 사이를 고혈압 전 단계라고 한다. 자신의 수치가 이 단계에 들어왔다면 한 달에 한 번은 꼭 체크를 해야 한다. 세 번째 항목은 혈당으로 기준치는 아침 공복 시 100 mg/dL 미만이다.

네 번째는 중성지방으로 정상 기준치는 150mg/dL 미만이고 200mg/dL 이상인 경우를 높음으로 진단한다. 마지막 항목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이다.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쌓인 지방 덩어리를 간으로 끌고 가 분해시키는 혈관의 청소부 역할을 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 남성은 40mg/dL 이상, 여성은 50mg/dL 이상이 기준이다.

예전에 우리는 60살이 되면 보통 정년을 하고 환갑잔치를 하며 축하했다. 60살이 넘은 인생을 여생(餘生) 이라 하여 남은 생, 덤으로 얻은 생이라 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평균 수명 90살이 되어 가고 있다. 60살에 정년을 하여 덤으로 인생을 보내기에 30년은 너무 길고 잔인하다.

이제 우리는 태어나서 생을 준비하는 30년, 청·장년의 30년, 노년의 30년 이렇게 트리플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남은 여생이란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아름다운 여생(麗生)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 아름다운 여생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건강이다. 마흔이 넘으면 내 몸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 몸과 대화하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 건강이 언제까지 내 곁에 있을 것이란 자만은 버리는 것이 좋다. 몸을 지켜주는 중요한 항목을 공부하고 자기의 건강 수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좋은 생활 습관 갖기이다. 여기에는 과식하지 않기, 금연, 절주하기, 스트레스 극복하기가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는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며 식사는 규칙적으로 천천히, 싱겁게, 골고루 먹어야 한다. 세 번째는 꾸준히 운동하기, 마지막으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잊지 않고 해야 한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다고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100세 시대에 맞추어 몸을 혹사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사랑하고 관리하는 내 몸 사용법을 모두 익혔으면 좋겠다. 참고로 아빠는 이제 건강을 많이 회복하셨다. 좋아하는 약주도 완전히 끊으심을 물론이다. 마흔이 넘으면 몸에 근육이 빠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운동하는 것이지만 내 몸을 사랑하기 위한 첫 번째 약속으로 봄을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운동하기에 도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