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민선 7기 6·13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광역단체장 후보를 전략공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최근 고위당직자 회의를 열고 광주·전남과 충남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전략공천을 검토한 배경은 광주의 경우 선거운동 과열양상에 대한 경고성으로, 전남은 국회 1당 의석수 확보를 위함이라고 한다.

광주는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입지자들간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19일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후보 5명은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성 발언’에 대해 이 전 부위원장이 공명선거를 위반했다며 시장 출마자격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이에 앞서 당원 명부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선거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이 전 부위원장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등 네거티브 공방이 뜨겁다.

전남은 광주와 전남지역 유일한 민주당 지역구 의원인 이개호 의원의 도지사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이 의원 출마를 포기시켜 원내 1당 사수를 위해 전략공천을 검토하고 있다. 당장 국회 하반기 의장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원내 1당 사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이 이 의원에게 출마 재고를 요청한데 이어,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별도로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김 장관을 전략공천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과열양상과 1당 유지가 전략공천의 명분이 돼서는 곤란하다.

전략공천이란 본래 공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아 상대 당 후보보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는 곳이나 여성이나 소수자 배려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선 없이 후보를 지명하는 것이다.

광주와 전남은 민주당의 경쟁력이 어느 당보다 높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별히 배려할 이유도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전략공천의 명분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곳이다.

물론 광주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용섭 전 부위원장의 출마선언으로 후보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된 것은 사실이다. 또 네거티브 공방을 자제하고 선명한 정책경쟁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하지만 과열양상이 전략공천의 명분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선수들이 링 위에서 한창 경기를 진행 중인데 난데없이 엉뚱한 선수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1당 사수를 위해 현역의원의 발목을 잡는 것도 온당치 않다.

이개호 의원은 지금까지 진행된 각종 전남지사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이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불출마 요구는 당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지금으로선 민주당이 이 의원 1명의 변동에 따라 제1당의 지위를 잃게 될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출마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가혹한 행위이다. 이 의원에게는 정치적 꿈을 접게 하고, 이 의원을 지지하는 지역민에게는 자신들의 생각을 무시당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검토는 누구를 내보내도 자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이 만약 전략공천을 현실화할 경우 지역의 거센 반발을 감수해야 함을 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했다가 얼마나 많은 홍역을 치렀던가. 그 후유증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광주지역구 의원을 한 석도 얻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고,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선거 초반 저조한 지지율 회복에 고심해야 했다.

광주와 전남 시·도지사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은 입지자들의 공정한 경쟁의 장을 빼앗고 지역민과 당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반민주이다.

이번 민주당의 전략공천 논란이 단지 지역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애드벌룬에 그치기를 바란다. 지역민들은 아직도 민선 6기 당시 자행된 민주당의 전략공천 횡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오만이 오판을 가져오는 불행한 일을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