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늘 ‘험’하다. 그들은 대부분 지하에 있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아주 외진 곳에 자리했다. 유난히 추웠던 어느 겨울 날, 한 인형극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그들은 당연히 지하에 있었고, 사무실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나무 널판을 건너야만 했다. 흔들대는 발판을 지나, 예술인을 만나자 나는 어쩐지 조금 서러운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한 지역 대표 극단을 찾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쪽은 어쨌든 ‘지상’에 자리했으니 조금 낫다고 해야 할까. 극단 사무실은 층과 층, 그 유휴 공간을 메워 만든 듯 했다. 천장 높이가 낮은 탓에, 사무실에 들어 갈 때는 약간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단원들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해 이곳을 ‘겸손의 방’이라 호명했다. 과연 ‘한’을 ‘흥’으로 승화시켜내는 예술인들다웠다.

예술은 배고픈 길이라지만, 연극은 너무나도 배고픈 길인가 싶다. 광주문화재단의 ‘광주 기초예술 활성화 정책보고서’(2017)에 따르면 연극 분야는 광주 지역 예술 환경에 있어,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분야별 예술인 100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 도출한 결과다.

역시 극단 운영상의 비용문제가 가장 컸다. 대부분의 극단이 창작·연습공간이 없어 타 극단의 공연장이나 학원·교회 등을 전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취재했던 극단들의 상황은 차라리 양반이었나 싶을 정도다.

이 같은 경제적 불안정은 ‘작품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연극인들은 생계를 위해 ‘제 살길’을 찾아야 하고, 이 같은 현실은 공연 준비에 차질을 야기, 예술적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게 연극인들의 자체 분석이다.

“예술가는 배고파야 한다”는 명제는 이제 완전히 틀린 말일지 모르겠다. 배고프면 ‘빵’ 생각밖에 더 날까. 예술적 노동에 대한 가치가 ‘제 값’을 받아, 보다 더 풍요로운 예술 판이 깔리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