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선의 ‘뿌리’ 연작은 사진과 회화가 혼합된 작품이다. 단색조의 배경 앞에 반쯤 허물어진 주택이 화면 중앙의 공중에 매달려 있다. 집은 크레인의 후크에 걸려 무자비하게 뿌리가 뽑힌 채 들리고 있는 한편 콘크리트와 목재 철근의 파편들이 빈 공간으로 떨어지고 있다.

작품 속 ‘판자집’은 버려진, 혹은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자재로 반쯤 재구성된 집을 보여준다. 집의 정면 전체는 오래돼 녹이 슨 철 대문과 낡은 창틀로 만들어졌다.

작가의 작업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이 유입,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일컫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다룬다.

이와 같은 작품들에 묘사된 집들은 철거돼 없지만 광주에 실재했던 집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콜라주와 페인팅을 통해 실제의 이미지에 좀 더 많은 변형이 가해져 화면에서는 말 그대로 부서지기 일보 직전으로 간신히 붙어 있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뿌리’는 광주와 같은 도시에 재개발 사업이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조사하는 박인선의 진행형 프로젝트의 일부다. 박인선이 제기하는 질문 중에는 도시화 과정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 가가 포함돼 있다.

박세라 기자 sera0631@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