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읽는 환경 문법…비움과 채움의 미학
무등현대미술관 '제12회 환경미술제'
9월 6일까지 광주·대전 등 7명 출품
자연·인간 공존의 노력 작품에 투영
9월 6일까지 광주·대전 등 7명 출품
자연·인간 공존의 노력 작품에 투영
입력 : 2026. 07. 20(월)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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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작 ‘belief’

이경환 작 ‘The Sacred Tree #1’

최근희 작 ‘질경이’(Asian plantain)
이는 허정례 작가(스튜디오 94)가 환경미술제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고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밝힌 관람 후기다. 이는 전지구인들의 현시대 가장 중요한 필수 사안인 소중한 환경에 대한 예술작품 읽기를 정리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시민과 관람객이 제법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광주에서는 많은 전시가 열리고 있지만 코로나19때 한 차례를 빼고 올해까지 12회째 동일한 키워드로 열리는 전시가 있다. ‘환경미술제’가 그것. 무등현대미술관(관장 정송규)이 무등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것 답게 자연과 인간 간 공존의 노력을 환경미술제로 풀어낸다는 키워드로 처음 전시를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올해 열두번째를 맞았다. 전시는 지난 15일 개막, 오는 9월 6일까지 ‘공존의 균형, 채움과 비움 사이’라는 주제로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펼치는 한편, 보이는 풍요 너머의 가치와 공존을 위한 균형의 가능성을 탐색하자는 취지다.
환경의 이면에는 인류가 누리는 유례없는 풍요와 탐닉의 시대가 놓여 있다. 많은 자원을 소비하면 할수록 그에 준하는 후유증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차량이 늘면 매연, 주차난, 교통체증 등 부가적으로 따라붙는 문제들 말이다. 그래서 ‘덜 쓰고 덜 버리기’라는 말을 틈만 나면 하는 이유다. 환경 파괴의 주체 역시 인간이고, 수혜자 혹은 피해자 또한 인간이다. 오늘날 환경을 파괴하는 생명체는 인간이다. 고로 환경의 심각성을 깨닫고 회복과 치유의 키 또한 인간이 쥐고 있는 셈이다. 예술가들 역시 일반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들 예술가들이 읽는 환경 문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다.
참여작가로는 김용근(설치미술·전 동강대 교수), 양나희(서양화), 양문기(조각), 윤준영(한국화), 이경환(대전·사진), 최근희(대구·사진), 홍자경(서양화)씨 등 광주와 대전, 대구 등에서 활동하는 7명이다.
먼저 뭐든 쉽게 쓰다 버리는 풍요로운 시대의 산물 중의 하나인 버려지는 골판지를 사용해 회화적 색채와 입체적 물질감을 동시에 드러내온 양나희 작가는 지금 이 시대에 예술의 절대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쓸모없는 것들에서 삶의 흔적과 풍경을 담아내고 있고, 과거 동굴 안에서 삶을 영위하던 인류의 살기 위한 욕망이 반영된 물고기와 사슴 그림에서 형태만 변천해 왔을 뿐, 인간의 욕망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음을 돌가방을 통해 이야기하는 양문기 작가는 ‘럭셔리 스톤’(Luxury Stone) 시리즈를 통해 매끄럽게 다듬어진 욕망의 겉과, 그 안에 숨은 욕망의 실체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어 자신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타인과 사회에 대한 관찰과 이해에 관한 것을 ‘my story’의 ‘Bag’ 시리즈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홍자경 작가는 하루 24시간 쉴새 없이 자신을 홍보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속 그저 과시의 문제인가를 되묻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지배하거나 소유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을 파이프를 비롯한 여러 물체를 사용한 설치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는 김용근 작가는 거대한 거미 형상을 통해 인간 문명의 그물망 속에서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고 변화하는지를 묻고 있다.
또 자신의 불안에서 출발한 돌의 연작에서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불안과 흔들림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탱하려는 마음의 은유를 표현하고 있는 윤준영 작가는 ‘belief’ 연작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자신의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으며, 고목을 대할 때마다 강한 생명력에 경외감을 느끼고 삶에 대한 위안을 얻게 되는 동시에 나무처럼 포용력이 크고 강인한 삶을 살고 싶은 다짐을 하게 된다는 이경환 작가는 터가 한번 정해지면 그 자리를 고수해야 하는 오래된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 나무에 얽혀있는 이 땅에서 살아온 인간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연과 인간의 피할 수 없는 공존 관계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외에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곳의 주변에 자라난 야생식물과 흙을 채집해 과거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인간의 삶과 연결하는 최근희 작가는 채집된 흙에 대해 천을 염색하는 염료로 사용하고 압착된 야생식물에 대해 촬영과 스캔을 거쳐 디지털 방식으로 합성하는 등 그곳에 남아 있는 물질적·비물질적 흔적을 직접 담아 옮겨와 그 과정 자체를 하나의 서사로 구축한다.
정송규 관장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쾌락과 고통을 비움으로써 정신적으로 충만해지는 채움 너머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번 전시에 대해 “미술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시가 환경미술제다. 꾸준히 포커스를 맞춰 왔다고 보면 된다. 올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에 힘입어 다른 때보다 조금 더 크게 전시를 하게 됐다”면서 “그동안 즉흥적 메시지로 전시를 열어 왔으나 올해는 지금의 환경문제를 화두로 그 소중함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