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문화가 산업이 되고 추억이 일자리가 되는 우치공원의 새로운 성장전략
박기복 영화감독
입력 : 2026. 06. 04(목)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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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방도시들은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 소비와 산업의 집중 현상은 지방도시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처럼 산업단지 조성이나 대규모 건설사업만으로는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제 도시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건물을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차별화된 문화와 콘텐츠를 보유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문화와 콘텐츠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관광산업 역시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시대를 넘어 체험과 스토리, 감성을 소비하는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시설 중심의 관광정책에 머물러 있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시설을 조성하고도 지속적인 방문객과 소비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광객은 건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기 때문이다.

광주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특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우치공원이다.

약 36만 평 규모의 우치공원은 광주를 대표하는 공공자산이자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동물원과 놀이시설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지만, 이제는 시민 휴식공간을 넘어 문화·관광·교육·콘텐츠 산업이 융합된 대한민국 대표 문화경제 플랫폼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특히 우치공원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시설이 아니라 콘텐츠다. 현재 확보된 약 70만 점 규모의 근현대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민속생활유물은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오래된 이발소와 사진관, 방앗간, 연탄가게, 음악다방, 만화방, 오락실, 골목슈퍼 등은 단순한 전시품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을 살아온 국민들의 기억이며,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생활문화유산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물건을 보기보다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만나기를 원한다. 부모 세대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고, 자녀 세대는 책과 영상으로만 접했던 시대를 직접 체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가족 간 소통과 세대 간 공감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치공원은 생활민속박물관의 개념을 넘어 대한민국의 시간을 체험하는 ‘생활문화 콘텐츠 파크’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근현대 생활문화 체험지구 조성이 필요하다. 시대별 거리와 상점, 주거공간을 재현하여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 전시가 아닌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전국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만들 수 있다. 이는 광주만의 독창적인 브랜드가 될 것이다.

둘째, 대한민국 최초의 AI 영화·영상 아카데미를 구축해야 한다. AI 기술이 콘텐츠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시대에 광주와 전남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AI, 드론, 영상기술을 활용하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콘텐츠로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미래 인재 양성과 문화교육을 동시에 실현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외 청소년들이 광주를 찾아와 배우고 교류하는 글로벌 문화교육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셋째, 영화·드라마·OTT 콘텐츠 제작을 위한 오픈세트장과 소품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근현대 생활문화 공간은 자연스럽게 영상 촬영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 시대별 거리와 건축물, 생활소품은 제작비 절감 효과를 제공하며 콘텐츠 제작사 유치에도 큰 경쟁력이 된다. 이는 영상산업과 관광산업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다.

넷째, 청년 일자리와 시니어 일자리를 함께 창출해야 한다. 청년들은 영상 제작과 문화기획,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활동하고, 노년층은 생활문화 해설사와 체험프로그램 운영자로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세대 간 협력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문화가 복지와 일자리 정책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ESG 가치를 실현하는 탄소중립 문화공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철거 예정 건축물의 자재와 생활유산을 재활용하여 전시공간과 체험시설로 활용한다면 자원순환과 문화보존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버려질 자원을 문화자산으로 전환하는 모델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으며 광주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체류형 관광도시의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 상설 어린이 뮤지컬과 가족극, 미디어아트 전시, 야외공연, 야간 경관 콘텐츠를 운영한다면 우치공원은 더 이상 낮에만 찾는 공간이 아니다. 관광객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숙박·외식·교통·쇼핑 등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소비가 확대된다. 문화관광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단순 입장료 수입을 훨씬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치공원 사업이 단순한 공원 재정비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광주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문화산업 전략이며, 도시의 기억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혁신 프로젝트다. 문화는 더 이상 소비성 예산이 아니다. 관광산업과 콘텐츠산업, 교육산업, 창업생태계를 연결하는 미래 성장산업이다.

광주는 민주·인권·예술의 도시라는 강력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 생활문화의 기억과 미래 AI 콘텐츠 산업이 결합한다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인 문화도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지방소멸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건물이 아니라 더 강력한 콘텐츠이며, 더 큰 개발사업이 아니라 사람을 끌어들이는 이야기다.

이제 우치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간을 전시하고 미래산업을 창조하는 문화경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문화가 돈이 되고, 추억이 관광이 되며, 기억이 일자리가 되는 도시. 광주가 대한민국 최초로 그 길을 열어야 할 때다.
박기복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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