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기다린 월드컵 특수 없다"…자영업자들 ‘울상’
고물가 소비 심리 위축에 대표팀 경기마저 오전시간대
치킨집 등 육계 가격 이어 인건비·재료값 상승에 ‘한숨’
입력 : 2026. 06. 04(목) 17:41
본문 음성 듣기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광주·전남지역 치킨·주류 자영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4년 만에 개최되는 월드컵인 만큼 ‘퇴근 후 치킨, 맥주’라는 공식의 특수를 기대했지만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가 모두 한국시간 기준 오전에 열리면서 관련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FIFA 등에 따르면 올해 진행되는 북중미 월드컵의 한국 대표팀 경기는 6월 12일 오전 11시, 6월 19일 오전 10시, 6월 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경기가 자정을 전후로 늦은 밤에 시작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른 편이다.

자영업자들은 이번 월드컵 특수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 경기가 치러지면서 직장인과 학생이 경기 시간에 맞춰 치킨을 주문하고 맥주를 곁들이기는 쉽지 않아서다.

통상적으로 한국 경기가 저녁이나 밤에 열리면 경기 시작 전 주문이 몰려 일부 매장에서는 배달 지연이나 주문을 거절하는 경우도 발생했었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기 당일 매출이 전월 동일 대비 2배 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또 치킨집 브랜드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월드컵 당일 매출도 전월 대비 1.4배~2배씩 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가 오전에 치러지는 만큼 과거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경기가 펼쳐질 때마다 술집에 모여 다 함께 경기를 시청하면서 신나게 맥주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삼삼오오 모여 응원하는 광경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이모씨(38)는 “최근 손님이 줄어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월드컵이 그래도 희망이었는데 아쉽다”며 “이번 월드컵은 치킨을 시켜 먹으면서 단체 응원을 하기 좋은 시간대가 아니다. 개업할 때부터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큰 스크린을 구비해 둔 건데 후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월드컵 특수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닭고기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기타 재료값 등 각종 비용이 증가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만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산 육계 1㎏당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6676원까지 상승했다. 전년 동일 대비 17%가량 오른 금액이다. 육계 가격은 올해 2월 중순 6000원을 넘었고, 4월 중순 6772원을 기록한 이후 6500원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지난 동절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살처분 영향으로 공급이 감소한 데다 사료비와 물류비 등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서 닭고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이를 상쇄할 만한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치킨·주류업계의 대표적인 성수기로 꼽혔지만, 올해는 대표팀 경기 시간이 모두 평일 오전대로 편성되면서 특수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업계에서는 월드컵이 여전히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라는 상징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소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특수 효과’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온라인 콘텐츠 소비 확산 등으로 응원 문화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월드컵 자체가 소비를 견인하는 대형 이벤트였지만 지금은 소비자 관심사가 다양해지고 콘텐츠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며 “특히 경기 시간이 소비가 활발한 저녁 시간대가 아닌 만큼 월드컵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경제일반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