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두 달 앞두고 ‘오월어머니의 노래’ 좌초 위기
우선협상 업체 사업 포기 의사…준비·대관 ‘안갯속’
오월어머니들 "돈 벌이 수단 전락…공연 불참" 의사
입력 : 2025. 03. 30(일) 18:23
5·18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의 한을 노래로 승화한 공연인 ‘오월어머니의 노래’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협상 우선순위 업체가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공연까지 2개월여 남은 기간에 업체 선정부터 해외 공연장 섭외까지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30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 따르면 ‘오월어머니의 노래’는 지난 2022년 서울, 부산, 광주 순회공연을 통해 전 국민과 함께 오월가치를 나누고 희생자 가족에게는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오월어머니의 노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의 40여년의 한을 노래로 승화한 공연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사업 추진 여부가 안개 속에 빠졌다.

앞서 지난달 11일 사업비 4억7680만원이 투입되는 ‘2025 오월어머니의 노래 국내·외 공연대행 용역’ 입찰 공고를 진행했다.

이후 서구 의장이 대표로 있는 업체가 낙찰을 받으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자 해당 업체가 사업 포기 의사를 전했다.

공연을 주관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업체가 공식 포기 문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협상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ACC 관계자는 “협상 결과가 정확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공식적인 협상 결렬이라고 보기 힘들다. 조만간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결정 사항에 따라 조달청에 통보하면, 조달청이 업체 재선정 등에 대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2차례(국내외 각 1회) 예정된 ‘오월어머니의 노래’ 공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업체 재선정, 공연 참가자인 어머니들이 고령으로 충분한 연습기간이 필요한 점, 6월로 예정된 일본 해외공연장 섭외 가능성 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1월 업체 선정을 마무리하고 3~4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3차례(제주4·3, 광주5·18, 서울6·10) 공연을 진행했다.

그러나 5월24일로 예정된 첫 공연까지 남은 기간이 약 2개월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오월어머니들이 해당 공연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공연 참가와 사업 추진을 거부하고 있다.

오월어머니 A씨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에 의해 가족을 잃은 입장에서 ‘오월어머니의 노래’는 굉장히 마음 아픈 노래다”며 “무대에 설 때마다 당시 상황이 떠올라 온몸이 떨리고 피눈물을 쏟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가슴 아픈 노래를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공연 시작 당시 5·18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한다는 취지 등은 사라져 버렸다”며 “나를 비롯해 공연 참가자 대부분이 ‘노래를 안 부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월어머니의 노래’는 5·18민주화운동을 노래 콘텐츠를 통한 국내·외 공연으로 민주·인권·평화 가치를 확산하며 5·18을 겪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트라우마 치유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외 관람객에게 오월정신을 이해하는 자리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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