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흡연이 각종 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에는 누구나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암 뿐 아니라 각종 질환도 흡연이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는 이미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로 확증된 사실이며, 오랜 기간 흡연으로 인해 폐암 진단을 받았다면 이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된 질환이라 해도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흡연폐해에 대한 담배회사의 책임규명과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2014년부터 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 및 제조사를 상대로 533억원 규모의 담배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흡연으로 인해 발생되는 총진료비가 3조 8000억원을 넘어선 지금 공단은 원심 수용 시 담배회사는 담배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담배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며 항소해 현재 10차 변론까지 진행 중으로 현재 담배회사의 제조물책임, 일반불법행위에 대한 쟁점에 대해 치열한 공방 중이다.

담배회사에서 담배 제조과정에서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설계를 채택하지 않았고, 특히 중독성 같은 담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충분히 하지 않고 오히려 저니코틴·저타르 등의 단어를 사용해 덜 해로운 제품으로 인식되게 하는 등 소비자를 기망했다며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심에서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 간 인과관계에서는 흡연 이외 다른 요인에 의한 발병이 가능하며, 담배회사들의 제조물 책임 및 불법행위책임에 있어서는 설계상·표시상 결함이 부존재하며 담배의 중독성 등에 대한 축소·은폐가 불인정된다며 공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 판결은 국외 소송에서 담배 결함 및 불법행위가 이미 인정된 외국계 담배 회사의 국내 자회사들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와 판단 없이 선행 담배소송 대법원 패소 판결 내용과 유사하게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암종은 흡연과의 연관성이 높은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 후두암의 편평세포암)으로 선행 대법원 판결 대상인 폐암의 ‘선암’(흡연과의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낮음)과 동일한 기준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담배소송에서 승소한 다수의 사례가 있다. 특히 RICO 소송이라 불리는 1999년 미 연방정부가 7대 담배회사 및 2개 담배연구소를 상대로 ‘부정부패조직범죄방지법’ 위반으로 제소한 소송에서는 담배회사들의 위법행위가 인정돼 담배회사가 직접 담배의 폐해에 대한 내용을 담은 광고를 게재했다. 그 외에도 피해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공단의 담배소송은 단순히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더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생각된다. 담배회사는 더 이상 흡연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되며, 법원 또한 현명한 판결을 할 수 있길 기대하며, 국민 모두의 관심과 지지로 공단의 담배소송을 응원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