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재 대한민국의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역소멸이 가파른 농촌에서는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농업경영주 비중은 2000년 32.7% 수준에서 2020년 56%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 미만 청년 농가 비중은 6.6%에서 1.2%까지 대폭 감소했다. 이 같은 고령 농업인구의 증가와 청년농의 감소는 산업계 가용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을 야기함으로 노동력 중심의 농업계에 생산시스템의 급속한 변화를 강요하며, 농업계의 인력난은 현장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그 정도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현재 농업계는 인력난에 대한 대안으로 외국인 인력 공급을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 근로자만으로는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현재 운용되고 있는 제도가 농업 인력난의 암울한 상황을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차츰 심화하는 농업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외국인 근로자 활용 정책의 방향성을 숙고해야 할 시간임이 분명하다.

현재 농업계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 계절근로자 제도와 중장기 고용허가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제도는 농업 노동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단기적으로 필요한 노동력을 충족하지만, 노동력이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농가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중장기 고용허가제 역시 복잡한 절차와 제한적인 인원으로 인해 농업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낮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제도의 한계는 많은 농업경영인들이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가 시행 중인 농업 숙련 기능인력(E-7-4) 비자는 이러한 농업 인력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비자는 농업 분야에서 숙련된 외국인 인력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현재 운용은 농업계의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설정된 농업 숙련 기능인력 쿼터는 1600명에 불과했으며, 실제로 승인된 인원은 301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비자 발급 요건이 농업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년 이상의 경력, 높은 소득 기준, 한국어 능력 등의 까다로운 요건은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과 임금 수준을 가진 농업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비자 제도의 한계는 농업 분야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농업 경영주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실정이다. 이는 단순히 법적인 잣대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 농업계가 처한 심각한 현실과 정책의 괴리를 방증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살펴보면 농촌의 국내 불법체류자 급증세가 현실에 맞지 않은 비자 취득의 높은 턱의 영향이 있다고 판단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농업 분야의 노동력 부족 문제는 현장에서 이미 한계점에 다다른 점을 감안하여 정부는 농업 숙련 기능인력 비자를 확대하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비자 발급 요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농업 분야에서 실제로 필요한 경력이나 기술 수준을 고려하여 요건을 간소화하고, 지역 농업 특성에 맞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력 요건을 줄이거나, 소득 기준을 농업 노동의 특성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쿼터를 대폭 확대하여 농업계가 충분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몇백 명 단위의 비자가 아니라, 수요에 부합하는 규모의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

농업 숙련 기능인력 비자의 확대는 단순히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인 대안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촌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며, 나아가 국가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농업계는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품질 높은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의 확보와 유지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정부는 지난날 세계화 흐름을 명분삼아 FTA를 통해 농업종사자에 사적 영역에서 자유 경쟁을 강요하며, 반강제적으로 농업을 국제시장 체제에 편입시켰으나, 오늘날 지역소멸 위기에서는 폐쇄적인 비자 발급 기준과 양적 제한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 자유로운 인적자원 교류를 제한하는 모순을 농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농업 숙련 기능인력 비자를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정책으로 전환하여 농업계의 인력난을 해결해야 한다. 농업의 미래는 단순히 생산량의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노동력과 지속 가능한 시스템에 달려 있다. 지금이야말로 농업 정책의 전환점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물론, 한국에 외국인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따른 사회적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농촌의 인력난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외국인 증가에 따른 우려를 핑계 삼아 농가의 눈물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독자들에게 숙고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