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개의 촛불로 많은 촛불에 불을 붙여도 처음 촛불의 빛은 약해지지 않는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최근 많은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기 위해 다시금 촛불을 들었다. 이번 탄핵 촉구 촛불집회는 새로운 집회 문화를 탄생시켰다.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을 위해 음료나 음식 등을 대신 결제하는, 이른바 ‘선결제 릴레이’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해외와 지방 거주민을 중심으로 선결제 기부가 확산하면서 감동을 전해주었고, 일부 연예인, 정치인, 시민의 훈훈한 기부 행렬이 이어져 큰 화제를 모았다.

필자 또한 기부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매년 기부의 방식을 고민하는 한 명이다. 필자에게는 아이가 한 명 있다. 5월 18일에 태어난 아이. 대한민국, 특히 광주 시민의 한 사람이기에 5월 18일은 더욱 의미가 남다른 날이다.

우리 가족의 첫 번째 기부는 이렇게 시작했다. 아들이 5월 18일에 태어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과 친지에게서 받은 아이의 용돈을 꾸준히 모아오다 10살 생일을 더욱 뜻 깊게 보내기 위한 고민이 첫 출발이었다. 화폐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아이가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기부하겠다는 대답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2022년에 시작한 첫 기부는 박성수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전남대 명예교수)이 가교가 되어, 우리 부부의 모교이자 민주화 성지의 한 곳인 전남대학교에 518만원을 아이의 이름으로 기부했다. 2023년은 광주시교육청을 통해서 5·18기념재단에 518만원 기부를 이어갔다.

2024년 올해 5월 18일에는 색다른 방식으로 기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봄 즈음으로 기억한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이는 김냇과 갤러리에서 한 작품에 관심을 보이며 “엄마, 저거 황금 분수 같아.”라고 말했다. 서양화가인 송필용 작가의 ‘역사의 샘-5·18분수광장’이란 작품을 본 아이의 감상이었다.

이 작품은 구 도청 앞 분수를 그린 그림으로 5·18의 상징적 장소이자 역사성을 담은 작품이다. ‘아이가 느끼기에는 신화적 느낌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연스레 작품을 구매했다. 4년 정도 소장하던 작품이었는데, 5·18 관련 단체에 기부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선보여 그 뜻을 기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월어머니집’(남구 양림동)을 찾아가 기증했다. 오월어머니집은 80년 당시 국가 폭력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이 모여서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며 지내는 곳으로, 이번에도 아이 이름으로 기부했다. 컬렉터이기도 한 내가 ‘작품 소유’를 넘어 ‘가치 공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5·18민주화운동과 아이의 생일. 매년 5월이면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녀의 이름으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시민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5월 정신 실천’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가족은 ‘5·18정신 계승 기부’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걸음을 떼고 있다. 아이에게 부모가 겪고 배운 ‘5·18민주화운동’의 참된 의미와 정신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지속해서 ‘기부 활동’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감히 꺼지지 않는 첫 번째 촛불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내년엔 우리 가족의 기부가 어떤 모양을 갖게 될까? 벌써부터 즐거운 고민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려운 숙제가 아닌 행복한 사유로 더 많은 사람에게 최소한의 선의를 표하고 싶다.

“한 개의 촛불로 많은 촛불에 불을 붙여도 처음 촛불의 빛은 절대 약해지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