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매년 11월 11일, 우리는 농업인의 날을 맞이한다. 11을 한자로 표현하면 ‘十一’이 되는데, 이를 합치면 土(흙 토)가 된다. 이 ‘흙 토(土)’자가 두 번 겹치는 날(土월 土일)이 농업인의 날이다.

‘농민은 흙에서 나고 흙을 벗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농업 철학을 바탕으로 제정된 농업인의 날은 달력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농업과 농업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농업이지만, 오늘날 농업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 농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52.6%에 달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농촌 이탈과 고령화로 인해 농업 생산성 저하와 농촌 공동체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농업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극단적인 기온 변화, 가뭄, 홍수 등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농가 소득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FTA 등 국제 무역 협정으로 인한 농산물 시장 개방은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값싼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국내 농산물이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돼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농업은 이러한 변화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업 분야에서도 첨단 기술의 도입을 통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팜을 조성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한 스마트팜 보급은 젊은 세대의 농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농업에 대한 관심도 증가해 유기농업, 저투입 농업 등 환경 친화적인 농법의 도입으로 토양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에 부응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나가고 있다.

또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통해 농촌 체험 관광, 농산물 가공품 개발, 직거래 유통 등 다양한 형태로 농업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농업인들에게 쉬운 것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기술과 장비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농업인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농업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은 농업에 새로운 시각과 기술을 도입하며 농업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최근 많은 젊은 농업인들이 스마트 농업 기술과 친환경 농법을 접목해 농업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고, 이들은 농산물의 가공과 유통 과정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결국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농업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업인들이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농업의 주체라는 인식 속에서 소비자로서 우리 농산물을 선택하고, 시민으로서 농업 정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시기다.

이렇게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농업인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 농업은 더욱 발전하고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인의 날이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우리 모두가 농업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