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과 집중 호우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배추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의 반찬 지원 사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26일 광주시자원봉사센터, 지역사회보장협의체(지사협)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남구제석근로사업장 등 광주지역 소재 업체들이 1㎏에 8000원~9000원에 판매하던 포장 배추김치 가격을 1만원 중후반~2만원으로 크게 인상하고 있다.

보통 김치 담그는 비용은 절임배추 70%, 양념 30%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여름 폭염과 집중 호우 등으로 배추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배추 1포기에 3000원대였던 배추가격은 무더위가 본격화된 7월 중순이 되자 5000원대로 올랐다.

이후에도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졌고 9월23일부터 배추는 9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평년(7217원)에 비해 20~30%가량 비싼 금액이다.

여기에 여름 배추 특성상 속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 한 망(3포기)에 10㎏가 담겨야 할 배추 중량이 7㎏대로 급락한 것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추 가격 파동에 김치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제조업체들은 사실상 김치를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반복되자, 7월부터 생산량을 기존보다 50~70% 이상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조르기 시작했다.

또 1년 단위로 계약한 단체 주문을 빼고는, 개별 판매하던 김치 가격을 25~30%가량 올리거나 온라인 판매를 아예 중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랭지 배추 출하량 감소로, 가을에 나올 배추 물량이 벌써 서울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등 시중에 풀리고 있어 10월 말까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김치업체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사실상 김치에 돈을 얹어 판매하는 꼴”이라면서 “2~3개월 버티다 올해 처음으로 가격을 올렸다. 적자 폭이 너무 크다 보니 회사가 흔들릴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취약계층 김치 지원 사업에 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보통 취약계층 김치 지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복지단체와 기업 등의 후원금으로 마련된다.

연말 김장나눔 등 대규모 행사가 열린 뒤에 직접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김치 제조업체를 통해 전달하는 만큼 김치를 구매한 뒤 자원봉사센터와 지사협, 로터리클럽 등 봉사기관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대다수다.

대부분의 후원금은 미리 책정된 예산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시중에서 판매되는 김치 가격이 오르면 지원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한 ‘2023 대한민국 김치대전’의 사업비(2억원) 대부분을 절임배추(1만여 포기) 구매 비용으로 사용했고, 배추김치 15㎏을 담가 4395세대에 전달했다.

같은 해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사업비 3억원 중 1억원이 절임배추 구매 비용으로 쓰였다.

지금과 같은 배추 가격대가 지속되면 취약계층에게 지원될 김치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순갑 광주시자원봉사센터 사무처장은 “광주지역 공장의 배추김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자원봉사자들께 김치 나눔을 요청하고 있지만 감소분을 모두 메우기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해는 예년에 비해 후원금과 김치 후원이 크게 줄었다. 후원 대상자 수는 유지하되 김치 중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