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숱한 위기를 넘겨내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IA타이거즈가 ‘V12’ 달성을 바라본다.

KIA는 지난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랜더스와의 경기에서 0-2로 패배했다. 그러나 이날 잠실에서 경기를 펼친 리그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베어스에 4-8로 패하면서 남아 있던 매직넘버 1개가 지워졌다. 그 결과 KIA는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KIA의 정규시즌 우승은 2017년 통합우승(정규시즌 1위·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7년 만이자, 단일리그 기준 통산 7번째(1991년, 1993년, 1996년, 1997년, 2009년, 2017년)다.

특히 올 시즌 우승은 수많은 위기를 넘겨내고 거둔 것이라 그 의미가 더욱 깊다.

KIA는 개막 전부터 초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올해 2월 호주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비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김종국 전 감독이 물러났다. 지난해 정규리그 개막 사흘 전에 장정석 전 단장이 비위로 물러난 데 이은 2년 연속 악재였다.

KIA는 위기를 빠르게 넘겼다. 김 전 감독을 해임한 지 보름 만에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던 이범호 타격코치를 내부 승격시킨 것.

이범호 감독은 막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었지만 선수단을 아우르는 ‘형님 리더십’으로 팀의 신망을 얻었다. KBO리그 최초 1980년대 사령탑인 그는 권위보다는 친근함을 앞세워 소통하며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등 호랑이 포효를 이끌었다.

하지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5월 외국인 1선발 윌 크로우와 이의리가 차례로 부상 이탈했다. 이들은 결국 6월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이의리는 부상으로 왼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재건술(토미 존 수술) 및 뼛조각 제거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크로우 또한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재건술을 받기로 했다. 토미 존 수술은 재활에만 평균 1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모습은 올 시즌 볼 수 없게 됐다.

이어 7월에는 영건 윤영철이 척추 피로골절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3주 이상이 예상됐던 그의 재활기간은 장기화됐다.

설상가상 8월에는 에이스로 활약했던 제임스 네일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는 NC와의 경기에서 상대 타구를 맞아 턱관절 고정술을 받게 되면서 정규리그에서는 사실상 아웃됐다.

결국 개막전 5선발(네일·크로우·양현종·이의리·윤영철) 중 양현종만 남은 셈이다.

KIA는 이런 대형 악재마저 이겨냈다.

황동하와 김도현 등 젊은 대체 선발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불펜진의 활약 역시 빛났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통산 36승의 베테랑 에릭 라우어와, 네일의 자리를 채울 에릭 스타우트를 급히 수혈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승리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리그를 압도하는 활화산 타선이 정규시즌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KIA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 팀타율(0.301)을 기록, 리그 1위를 유지했다. 안타 1472개(1위), 출루율 0.370(1위)에 OPS(출루율+장타율)도 0.831로 1위를 달렸다. 홈런 역시 1158개(3위)에 달했다.

이 중 한국프로야구 간판스타로 성장한 김도영이 역대급 활약을 보여줬다. 4월 KBO리그 역대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한 데 이어 역대 5번째 전반기 20-20, 전반기 월간 MVP 2회 선정을 이뤄냈다.

여기에 지난 7월 23일 광주 NC전에서는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순서대로 치는 최소 타석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지난달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 클럽까지 가입한 그의 현재 성적은 134경기 517타수 178안타 37홈런 39도루 105타점 타율 0.344 OPS 1.063. 그는 이제 에릭 테임즈(2015년 47홈런-40도루)에 이은 KBO리그 역대 2번째이자 국내타자로는 최초로 40홈런-40도루에 도전한다.

이렇듯 숱한 위기를 이겨내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IA는 이제 V12 달성을 노린다. 앞으로 7경기를 남아있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한국시리즈 직행이다.

역대 11번 한국시리즈 진출해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 없는 KIA가 이번에도 그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