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컨테이너 자동화부두 시대를 연 부산항 신항 7부두

우리나라도 마침내 컨테이너 자동화 부두 시대가 열렸다. 동북아 중심항을 꿈꾸는 부산항이 국내 최초로 부산항 신항 7부두를 자동화 부두로 건설, 지난 4월 개장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 완전 자동화 부두 보유국이 됐다.

부산항 신항 7부두(서부컨테이너 2-5단계)는 일반 컨테이너 부두와는 다르게 하역-이송-적치-반출(반입-적치-이송-선적)에 이르기까지 부두에서 이뤄지는 모든 하역작업이 무인으로, 완전 자동화로 이뤄지는 국내 최초의 부두다. 1990년대 초부터 네덜란드, 독일 등지에서 개발하기 시작한 자동화 부두는 최근 중국 등 10여개 나라에 구축됐거나 구축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야드의 컨테이너를 적치하고 하역하는 무인트랜스퍼크레인

이번에 선보인 자동화 부두는 2만5000TEU급 3선석으로 안벽길이 1050m(3선석), 면적 84만㎡, 처리능력은 연간 195만TEU이다. 이 부두에는 자동화 하역작업을 위해 무인 컨테이너크레인(Unmanned Gantry Crane) 9기, AGV(무인이송차량) 60대, 무인 트랜스퍼 크레인 46기가 설치, 운용되고 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숙련도가 제 궤도에 오르면 기존항만 대비 최대 20% 이상 생산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처음으로 개장된 자동화 부두의 특징은 핵심 하역장비를 모두 우리 기술력에 의해 개발·제작됐다는 점이다. 부두 안벽에 설치된 무인 컨테이너 크레인은 목포 HD현대삼호에서 제작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컨테이너 크레인을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해 설치했다. 무인 트랜스퍼 크레인 46기도 우리나라 HJ중공업에서 34기, 두산에너빌리티에서 12기를 제작했다.

또한 야드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AGV도 총 60대 중 17대는 네덜란드 VDL사와 국내 현대로탬이 공동 제작했으며 나머지 43대는 현대로템이 자체 기술로 제작했다. 하역작업의 핵심장비인 무인 컨테이너 크레인, AGV, 무인 트랜스퍼 크레인이 모두 국산 기술과 자재로 제작됨으로써 국내 항만하역 장비의 새 기원을 열었다.

원격 조정으로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하고 있는 부산항 신항 7부두 자동화부두의 관제실

하역장비 국산화로 파급효과는 생산 유발효과가 6417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110억원, 취업 유발인원 2386명에 달한다. 또 하역장비의 국산화로 외국항만에 수출할 수 있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부산항 신항 7부두의 자동화 부두는 터미널 운영사의 노력에 의해 수년 간 앞당겨졌다. 당초 부산항은 정부의 계획안대로 광양항에 추진 중인 ‘항만 자동화 테스트베드’를 구축 한 뒤 운용 결과를 봐가면서 인천항과 함께 구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두 운영사로 선정된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이 급변하는 세계적인 항만환경의 변화와 항만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반자동화 보다는 완전 자동화 부두를 설치해야 한다며 설계 변경을 요구해 자동화 부두 구축이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항만 간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인 자동화 부두 구축이 필요하다고 나선 운영사와 자동화 부두 등을 통해 친환경 스마트항만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정부 정책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산항은 지난 2022년 6월 개장한 신항 6부두(3선석)에 무인 컨테이너 크레인을 설치했다. 하지만 당시 야드의 이송작업은 생산성과 투자비 과다, 일자리 상실 등의 이유로 AGV 대신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스트래들 캐리어(Straddle Carrier)가 담당토록 했다. 그러나 이번 7부두에서는 이것마저 없애고 완전 무인 자동화 부두를 만들었다.

무인 안벽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야드로 이송하기 위해 AGV(무인이송차량)에 내리고 있다

부산항은 스마트항만으로 항만경쟁력을 높여나가기 위해 향후 건설할 진해신항의 모든 부두도 자동화 부두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부산항 신항 7부두 옆에 건설 중인 서부컨테이너부두 2-6단계(2선석)도 무인 자동화 부두로 만들고 있다. 일반부두와 함께 건설하는 1선석의 피더(Feeder)부두도 자동화 부두로 만들고 있다. 이 부두는 오는 2027년 6월 완공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항은 일반컨테이너부두 5선석과 피더부두 1선석 등 6선석의 자동화 부두를 갖게 된다.

부산항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오는 2040년까지 15조원의 대규모 사업비를 투자해 개발하는 진해신항(21선석)도 모두 자동화 부두로 건설해 친환경 스마트 메가포트(Smart Mega Port)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항만 자동화 부두는 세계적 추세다. 자동화 부두는 관제실에서 원격으로 조정하는 종사자 외에는 부두에 직접 하역에 종사하는 인력이 없다. 또 디젤과 경유를 사용하던 야드 장비도 모두 전기나 전기 배터리를 사용함으로써 친환경 항만을 조성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초기에 생산성이 떨어져 적자경영이 생겨나기도 했으나 기술력 향상된 지금은 인건비 절감 등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다 같이 높아지면서 무인자동화항만이 전 세계 주요항만으로 확산 돼가고 있다.

자동화 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항만은 네덜란드 노테르담항, 독일의 함부르크항을 비롯해 중국의 칭다오항, 양산항(상하이), 선전항, 샤먼항, 미국의 LA항 및 롱비치항 등 세계 주요항만에 설치 운용되고 있으며 세계최대 환적항인 싱가포르항은 2040년까지 건설하고 있는 투아스(Tuas) 신항(66개 선석)을 완전 자동화 부두로 만들고 있다.

진해신항 개발 조감도.

부산항은 이번 신항 7부두 자동화 부두 개장을 계기로 형후 진해신항까지 모두 자동화 부두로 축조하여 명실상부한 글로벌 허브항이 될 수 있도록 ‘최첨단 스마트 메가 포트(Smart Mega Port)로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항 옆에 ‘진해신항’을 오는 2040년까지 15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총 21선석 부두와 피더부두, 배후단지를 건설하는 매머드 개발계획을 수립, 추진 중이다. 우선 2030년까지 컨테이너부두 11선석, 피더부두 2선석 등 총 11선석을 건설하는데 이 중 1-1단계 건설사업으로 발주한 3선석(8000TEU급)은 2029년 말 완공 예정이다.

2030년까지 계획대로 부두건설을 추진하고 나머지 부두는 추이를 봐가면서 2040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부두가 모두 완공되면 부산항은 신항과 진해신항을 합해 총 53선석(현재 27선석)의 컨테이너 부두를 보유, 동북아 메가포트로 우뚝 서게 된다. 진해신항까지 부두를 모두 무인 자동화 함으로써 최첨단 친환경 스마트 메가포트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금동호 부산항만공사 스마트시설부장은 “부산항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안전한 항만을 구축하기 위해 자동화 부두를 조성하고 있다”며 “기존 부두와 앞으로 건설되는 모든 컨테이너 부두가 무인 자동화 부두로 만들어지면 부산항은 최첨단 친환경 스마트 메가포트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항은 세계 7위 컨테이너항이자 세계 2위 환적 컨테이너항이다. 지난해 세계 주요항만이 처리한 총 물동량을 보면 1위 상하이항 4916만TEU, 2위 싱가포르항 3901만TEU, 3위 닝보-저우산항 3530만TEU, 4위 선전항 2988만TEU, 5위 칭다오항 2827만TEU, 6위 광저우항 2541만TEU이며 부산항은 2315만TEU로 7위 항이다.

환적화물로는 싱가포르항이 1위다. 싱가포르항은 지난해 3367만TEU의 환적화물을 처리했다. 전체화물 3901만TEU의 86.3%다. 2위는 부산항으로 총 처리물동량 2315만TEU 중 53.6%인 1241만TEU이다. 지난 2014년 이후 줄곧 국내화물 보다 외국화물을 더 많이 취급하는 글로벌허브항으로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