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의 주민참여예산 사업 선정 과정이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참여예산을 선정하는 위원 본인이 사업을 직접 제안하고 선정까지 하는 ‘셀프 심사’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최근 논란이 된 용봉동 주민참여예산 사업인 ‘역사와 문화를 잇는 안전길 조성사업’의 제안자도 이 주민참여예산위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의 제척, 기피, 회피 사항이 조례로 명문화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광주 북구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역사와 문화를 잇는 안전길 조성’을 선정, 1억원 규모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비엔날레 전시관 입구부터 전남대학교 상대 입구까지 안심길과 올레길을 조성하는 2개 세부사업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올레길 안내표지판(사업비 1906만원)만 설치됐을 뿐 안심길 연장은 시작되지 않았다.

안내표지판 설치와 사업 용역을 제외한 남은 예산은 도로보수 등에 사용되는 등 사업 목적에 맞지 않은 예산 사용으로 논란이 일었다.

또 디자인 용역을 맡은 업체의 주소도 계약정보공개시스템상 북구청사 주소지인 우치로 77로 돼 있어 주소가 명확하지 않은 유령 업체와 계약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당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졌다는 것이다.

이 사업의 제안자는 용봉동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인데, 해당 위원회 소속 A씨가 당시 북구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즉, 직접 사업을 제안하고 ‘셀프’로 심사까지 한 셈이다.

더구나 A씨는 지난해 용봉마을 자원순환 플랫폼 ‘용이봉이 클린 홍보관’ 조성 사업도 제안했다.

용봉동 행정복지센터 인근 공영주차장에 자원순환 홍보관과 해설사들의 거점 공간을 설립하는 게 골자로, 본인 명의로 공모 제안사업 신청서를 접수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통과한 해당 제안 사업은 지난해 12월6일 제290회 정례회 안전도시위원회 본예산 심사에서 실효성, 교통지도과와의 협의 여부 등을 이유로 삭감돼 추진되지 않았다.

이처럼 셀프 심사가 이뤄진 이유는 북구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에 위원들의 제척, 기피, 회피가 명시돼 있지 않아서다. 관련 조례가 있는 서울 금천구, 부산시, 인천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북구의회 한 의원은 “조례상 규칙이 없다 하더라도 특정 사업 제안자를 심사에서 제척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관련 조례에 위원들의 제척, 기피 사항이 명문화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민참여예산의 시작지라는 명성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