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2만949명’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 1년 만에 정부가 전국적으로 인정한 피해자 숫자다.

광주·전남에서도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993명으로 1000명에 육박한다.

정부는 내년 5월까지 전세사기 피해자가 약 3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1만5000여명의 피해자가 더 나올 것이라는 의미다. 참담 그 자체다.

지난 2022년 말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전세사기는 해가 두 번 바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4일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무자본·갭투자’ 방식으로 202채에 달하는 아파트를 매입한 뒤 100억원이 넘는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을 체포, 송치했다.

이들은 임대차 수요가 높은 중저가형 아파트를 사들인 뒤 매매가격 보다 3000만원 이상 높은 금액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 경험이 적은 신혼부부나 청년들이었다. 피해자들이 자금 등을 이유로 입주를 꺼리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활용하라며 계약을 맺었다.

임차인 소개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목된 전세사기는 다양한 사기범죄 유형 중에서도 ‘악질’로 꼽힌다. 한 개인이나 가정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리는 데다 재기 역시 쉽지 않아서다.

더욱이 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를 통하거나 심지어 가담한 사례도 있다. 이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매물을 중개하며 정해진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특히 중인중개사가 전세사기 범죄에 가담하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전세사기로 하루아침에 전재산을 잃게 된 피해자들. 안타깝게도 피해자 상당수는 청년층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세사기 피해 인정자 중 20세 미만 2명, 20~30세 5382명, 30~40세 1만91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73.87%이다. 피해자 10명 중 7명이 40세 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한 ‘전세사기 특별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보증금 한도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됐고, 7억원 구간 세입자 피해 인정 근거 등도 마련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공·경매로 낙찰받아 발생하는 경매차익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거나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곳에서 무상으로 최장 10년 거주할 수 있고,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 추가로 10년 더 살 수 있다.

다만 LH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 차이가 크게 없는 탓에 경매차익으로 피해자의 전세 보증금을 지급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실효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이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질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