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전경

광주에서 대학을 나와 활동을 하다가 여수로 낙향해(내려가) 활동을 펼친지 올해 34년째를 맞이한 이존립 작가가 다시 청년 시절 예술 열정을 발휘하며 동고동락했던 광주에서 예순 네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지난 13일 개막, 오는 7월 10일까지 김냇과 지하 1층 갤러리와 카페공간이 들어서 있는 1층 갤러리에서 ‘푸른-숨’을 주제로 열린다.

2005년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전시를 연 이후 20년만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광주아트페어가 인연이 돼 김냇과와 연결됐다. 그렇게 해 전시로 성사된 것이다. 전시에는 50%를 신작으로 출품하는 등 100호 1점과 80호 1점 등 총 30점이 출품됐다.

이 작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정원이다. 그에게 정원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소통하는 공간이자, 자연의 아름다움 속 인간 역시 그 일부가 돼 동화되고 순수해지는 공간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작가가 정원을 화폭에 펼쳤던 이면에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안식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기를 바라는 점 때문이다. 그가 펼쳐 놓은 정원은 이상향 같은 곳이다. 누구나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무와 꽃 등 숲이 공존하는 공간 안에서 행복을 느끼기를 바라는 심정을 갖고 있다.

이존립 작 ‘정원-산책’

이존립 작 ‘어느 봄날’

최근 들어서는 정원에 빛과 그림자를 더했다. 그만큼 그의 화폭은 더욱 풍성해졌다. 실루엣을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근감에 인한 단조로운 패턴의 구상까지 더욱 세밀하게 보완해 한층 농익은 회화세계를 구축했다.

그에게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IMF 때였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리다가 IMF가 오면서 화풍이 어둡고 슬퍼졌었다. 게다가 그 무렵이 세기말이어서 지구의 절망 등이 회자될 때였다. 그는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가 세기말 분위기를 털어내고 난 뒤 여러 전시를 거쳐 작업에 천착하며 전시주제로 ‘정원’이나 ‘시크릿가든’, ‘파라다이스’, ‘정원애’, ‘정원에 꿈꾸다’ 등을 내세워 활동을 펼쳐왔으며, 이번 전시에는 ‘푸른-숨’이라는 주제를 구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정원 속 쉼이나 평안한 일상에의 복원을 지향한다.

이존립 작 ‘프로포즈’

이를테면 상상 속 구조를 보인 작품 ‘오래된 정원’에는 소파가 등장한다. 소파를 등장시킨데는 현대인들이 각박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어 잠시나마 자연에서 쉬어가기를 희망하는 마음의 투영이라는 설명이다. 2010년께부터 그려온 자전거 탄 풍경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작가는 “작업을 게을리 하면 전시하기 어렵다. 그림은 시대를 반영한다. 자연에서 놀며 쉬고 하는 게 행복이다. 그래서 자연 속 있을 수 없는(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풍경을 그린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은 먼 훗날 사람들이 그 시대상을 알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아트페어를 포함하면 개인전이 아마 70회 정도 될 것이다. 그런데 그대로 똑같은 작품으로 연 개인전은 새로운 전시라고 보기 힘들기에 개인전 횟수에 더하지 않는다.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형식적 활동보다 내실있는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작가의 철학을 알 수 있다.

이존립 작가는 전북 김제 출생으로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 제63회 개인전과 300여회의 단체전 및 국내와 다수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전라남도 미술대전 대상과 우수상, 입선 및 특선,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및 특선 등 다수 입상했으며, 전남 청년 작가상과 DAF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광주대와 조선대 교육대학원 강사 및 교사 일정교육 강사 등을 역임했다.

이존립 작 ‘정원-소풍’

한국미술협회 여수지부장을 맡았으며 현재 무등회, 선과색, 그룹새벽, L,M,N. 중작파 등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라남도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여수세계박람회 자문위원, 여수시 미술장식 심의위원을 맡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 후 서울 훈갤러리(7.15∼8.15)와 서울 돈화문갤러리(9.10∼24)에서 잇따라 전시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