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지도부 재정비하면서 21대 마지막 국회에서부터 여야 간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주 박찬대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고, 국민의힘은 9일 새로운 원내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들 여야 원내 사령탑들은 22대 국회의 원 구성과 의정활동 전략 등을 맡게 돼 앞으로의 여야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강성 친명(친이재명)인 박 의원이 단독 입후보해 선출되면서 대여 관계에서도 상당한 강공을 펼칠 것으로 예견된다.

당장 민주당은 총선에서 드러난 정권 심판 민심이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요구한다는 여론전을 앞세워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여당의 내부 단속과는 무관하게 최대한 야권의 표를 끌어모아 채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선출할 새 원내대표가 우선 채상병 특검법 표결에 이탈표를 단속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낙천하거나 불출마한 의원이 50여 명에 달해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지난 2일 채상병 특검법 표결에서 김웅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고, 쇄신을 강조해온 안철수 의원은 재표결 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야당의 거센 압박을 이겨내고 당을 지켜 낼 원내대표를 바라고 있어 9일 이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 지 관심을 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시행될 특검법 재표결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모아 이를 관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같은 여야의 가파른 대치는 22대 국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하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둘러싼 특검법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장한 ‘술자리 진술 조작 회유’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지휘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딸 조민 씨 입시 비리 수사 과정에 검찰의 조작이 있었는지도 특검으로 들여다보자는 안이 논의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으나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2대 원 구성도 진통을 겪을 조짐이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서로 제 몫이라며 양보할 뜻이 없어 보인다.

총선에서 171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여당이 위원장을 맡는 게 전통이었던 운영위원회와 원내 제2당 몫이 관례였던 법사위원회 위원장을 야당으로 가져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 통상 역대 원 구성 협상이 한 달 넘게 걸리는 상황이지만 이번에는 6월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회의장직 경선에 나설 후보자들도 ‘기계적 중립’은 없다고 밝혀 이런 민주당의 구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이 야당 출신이면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해야 한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법사위원장까지 민주당이 차지하면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