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참조기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물고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민어과 어류에는 참조기, 부세, 흑조기, 황갈당이, 민어 등이 있으며, 참조기와 부세는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여 부세를 조기로 오인하여 비싼 값에 사기도 한다. 참조기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3국에서만 볼 수 있는 어류이지만 일본에서는 참조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또한 한국과 중국인의 취향도 달라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참조기를 더 선호한 반면, 중국인은 부세를 더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굴비 생산지 하면 영광 법성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참조기를 굴비로 가공하면 그 값어치가 매우 높아지는데 굴비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것이 영광 굴비이다.

조기는 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천일염으로부터 많은 유기질을 흡수하고 건조 기간 동안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타우린, 글루탐산 등 유리아미노산이 다량 생성되어 맛과 풍부가 훨씬 좋아진다. 단백질과 아미노산의 흡수가 증대되기 때문에 굴비로 가공되었을 때 다른 생선과 비교하면 영양소가 훨씬 풍부하여,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과 노약자의 원기회복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참조기 어획량은 2020년 4만 1000t에서 꾸준히 감소해 2023년 1만 1000t으로 73%가 감소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산 참조기 자원량 감소와 함께 소형화가 심각한 추세이다. 영광 법성포 수협 위판 참조기의 약 76% 이상이 60g 미만의 소형어로 위판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반면, 100g 이상 대형어는 2% 미만으로 상품성 있는 굴비원료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영광군 조사 결과 올해 명절 판매액이 지난해 명절에 비해 19%가 감소해 지역경제가 침체 됐다고 한다. 굴비로 가공할 원물이 부족한 데다 소비마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기자원의 감소문제 해결을 위해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에서는 15년 전부터 참조기 인공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해 민간에 어린 조기 분양및 기술 이전을 통해 양식조기 상품화의 길을 열었는데, 이것은 2005년 칠산 앞바다에서 어미 조기를 포획해 부화시킨 후 2008년부터 양식을 시작해 거둔 성과이다. 지난 13년간 어족자원 회복을 위해 영광 송이도 해역에 우량 종자 127만 마리를 방류하였고, 민간양식어가 육성을 위해 수정란(57백만 개, 14어가)과 인공종자(157만 마리, 16어가)를 분양하여 양식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현재는 여수, 고흥, 완도 해상가두리에서 2년 이상 양식하여 25~30㎝ 크기의 대형어(120~180g)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2023년에는 수협중앙회에서 직접 매입·가공하여 추석 시즌에 신세계백화점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2024년에는 여수 해상가두리 양식어가에서 2년 이상 양성하여 굴비 가공품 3종 9품목(마른굴비, 찐굴비, 반건조 굴비 등)을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여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굴비 가공업체에서는 자연산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반대를 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에서는 참조기 양식기술 연구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첫째로 2014년부터 자연산 어미 1259마리를 포획하여 양식어미와 교배를 통해 방류종자의 유전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부터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과 협업하여 유전적 다양성(PIC)을 분석하고 있는데, 참조기 총 11개의 마커를 이용하여 자연집단 대비 방류종자의 유전적 다양성에 대한 비율은 평균 87.7% 이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로 양식산업화를 위한 참조기 전용 배합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와 협업으로 5년 간의 연구 끝에 기초 단백질 요구량 및 사료 내 영양 비율 분석을 완료하였고, 현재는 상업용 넙치사료와 실험사료 간 현장 실증실험 추진을 앞두고 있다.

셋째로 양식 참조기 해상가두리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저·고수온에 대한 환경내성을 연구하였다. 최근 참조기 양식은 전남 여수와 고흥 내만의 해상가두리에서 증가추세에 있다. 그러나 온난화 등 환경변화로 여름철 30도 이상 고수온이 장기적으로 나타나 대량폐사 등 어업인의 피해가 심각하다. 이에 환경내성 실험을 통해 성장 적정 수온을 구명하는 등 어업인 기술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해양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자원의 남획이 지속된다면 자연산 참조기가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은 뻔한 이야기이다.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에 굴비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원료 부족 문제 해결과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소비를 위축시키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안정화된 양식기술을 기반으로 양식 참조기 가공기술 개발과 유통·판매를 위한 적절한 가격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민족생선’인 참조기를 산업화하여 4000억 원대의 굴비시장이 1조 원대의 미래 성장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머지않은 장래에 ‘굴비’가 서민들 식탁에 부담없이 올라 웃음꽃이 피어나는 행복한 밥상이 되기를 우리 국민 모두가 응원해 주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