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광주분관을 전국에서 청주보다 앞서 유치할 수 있을 수도 있었지만 놓쳤고, 그 후폭풍은 막대하게 지역미술계를 힘들게 해왔다. 될듯하면서도 20년 넘게 구체적 성과를 도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신예 미술인의 발굴 산실이 돼야 할 미술대전의 경쟁력은 갈수록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고, 서울과 부산, 대구 등지처럼 건실한 화랑협회 결성 또한 지지 부진하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매개역할을 해야 할 화랑협회가 부재해 생산자가 판매자 역할까지 하면서 올바른 미술문화 진작을 위한 미술시스템 구축 역시 가로막혀 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본인이 판매하는 방식이 주류로 안착돼 있는 것이 지역화단이 처한 상황이다. 장르는 서양화와 한국화 등 일부 장르에 편식되고 조각 등은 인적자원이 고갈되는 형국인 점 역시 고르게 발전해나가야 할 장르 간 균등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광주 화가들의 인적·작품 교류 등 선구안을 넓혀주고 장기체류가 가능한 해외진출 교두보 도우미 역할을 해온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가 코로나19 이후 좌초되면서 해외 출구가 없어진 점은 두고 두고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들춰내면 문제 투성이인 지역미술계 현직 화가들과 기획자, 감독 등 관련 전문가들은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이 내놓은 방안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인사들이 있어 이니셜로 정리하며 소개한다.
먼저 공립미술관 기획자 출신의 현직 미술관 관장인 C씨는 미술계에 얽힌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졸속 행정 극복을 꼽았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분관이 산 속으로 가려 하는 것도, 광주비엔날레 신축전시동 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됐지만 졸속 추진이라고 원로들을 중심으로 반발여론이 이는 것을 보더라도 그 원인은 졸속행정이 빚은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과거 비싼 돈을 들여가며 해외 유수의 비엔날레를 관람하러 갔지만 이제 반대로 비싼 돈을 쓰면서 광주비엔날레를 보러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현 광주분관 등의 문제가 원활하지 않으면 지금 마무리하려 들지 말고 다음 시장 대로 밀쳐 더 완전한 건축물을 건립해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
| 예술의거리 전경. |
화랑협회와 관련해서는 작가의 경우 작품만 생산하고, 화랑은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데 혼재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화랑협회에 가입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생활비를 지원해야 하지만 그런 여건을 갖출 수가 없는 한계를 잊지 않았다. 작가가 나서서 작품을 판매하는 관행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화가를 책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지역의 영세한 화랑의 속사정까지 실토했다.
이외에 미술대전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공모하는 트렌드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여서 개혁하고 쇄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안일하게 운영한다고 전제한 뒤 권위도, 희소성도 없는데 ‘누가 공모하려 하겠느냐’며 시대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기획자 출신의 센터장 H씨는 예술의거리 내 관립 무등갤러리가 받는 하중이 작지 않은 만큼 옛 남도문화예술회관 같은 규모있는 공간이 건립돼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해외미술거점은 중국이 굳이 아니더라도 유럽 등지에 반드시 구축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제기했다. 북경창작센터가 존재하다가 사라져 젊은 화가들을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광주화단의 후학들과 내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광주시가 지역미술이 원하는 것을 잘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조만간 유·스퀘어 문화관이 없어지는 만큼 문화예술이 그로 인해 더 침체하지 않고 활성화를 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합문화공간 구축이 시급하기에 이를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미술비평가와 창작자 및 기획자로 활동 중인 Y씨는 시급현안으로 지역작가들의 소외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이기 때문에 지역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소외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밝힌 뒤 좋은 작가와 좋지 않은 작가에 대한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무조건 지역 작가들이 더 나은 작가가 아니라는 시각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자들은 철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더 폭넓은 시각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관의 담당자들은 말로만 하지 말고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는 등 문화적 마인드를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 2023 광주아트페어 전경. |
마지막으로 현역 아트 행사의 감독으로 활동 중인 Y씨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위치가 처음에 외지다고 지적했지만 ‘지금 누가 그런 생각하고 있겠느냐’면서 국현과 관련해 ‘내 집앞 미술관’만 따지지 말고 우선 유치해 실체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먼저인 만큼 우선순위를 따지다가 ‘이도 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귀띔했다. 그는 광주는 국가가 인정하는 문화도시인데 의견이 분분해 다투다 보면 또 순서가 밀리고 다른 지자체에 뺏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와 함께 미술대전과 관련해 옛날 같으면 기성작가로 인정받는 등용문이었지만 요즘 화가로 데뷔하는 통로는 개인전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예술소비 촉진을 위한 쿠폰 제공이나 철도 폐선부지를 활용한 작가 산실 조성, 각종 세제 혜택 부여, 침체된 공간에 물적 기반 구축 등도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거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