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제36회 광주시 미술대전’ 모습(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화단의 중견 A씨는 광주시미술대전과 무등미술대전, 전라남도미술대전 대상 등 지역의 굵직한 미술대전 3곳 모두 대상을 수상한 흔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탄탄한 내용을 갖추기 위해 공모전 준비만 8개월이 소요됐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미술대전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광주전남지역 미술대전은 그동안 참신한 신예들을 발굴하던 산실로 자리잡아왔지만 그 명성은 오히려 추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입상률이 너무 높다는 것이 딜레마다. 고르게 입상을 나눠야 하는, 이른바 나눠먹기를 탈피하지 못해서다. 나눠먹기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일부도 있지만 또 항간에서는 그것이 관례였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결국 이는 여전히 미술대전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지역 미술대전의 입상률은 대체적으로 60% 안팎을 상회한다. 최근 입상률이 무려 89.71%를 넘은 적도 있다. 입상률이 높다 보니 상에 대한 권위가 낮아 입상하더라도 자긍심을 가져가기가 어려운 구조다. 심사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재학생 중 일부가 특선을 받고, 전업화가로 활동하는 작가가 입선에 드는 우스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학생이 수준이 낮는다는 것은 편견일 수 있지만 특출한 한 작품이 잘 나왔다 해 가지고 상을 주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뜻있는 미술계 인사는 심의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령 특선에 들려면 몇년 이상 전업화가로서의 활동을 한다는 등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술대전은 상이 남발된다는 이미지를 거둘 수가 없다. 상의 위신이 없다 보니 전업작가들은 미술대전에 공모하는 것에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심사를 1, 2, 3차로 하되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를 사진으로 하다보니 입체적인지, 재료는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것 또한 문제다. 정작 작가들은 안 내고 취미로 하는 분들이 공모하는 흐름으로 가는 게 현실이라는 자조섞인 말도 들려온다.

미술계 한 인사는 “입상률이 60%가 넘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제살 깎아먹기식 밖에 안될 것이다. 적어도 경쟁률이 4:1이나 5:1은 돼야 한다. 그래야 추락했던 공신력이 되살아나고 떨어졌던 전문성도 더 향상돼 미술대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 지역 대표적으로 꼽히는 미술대전은 광주시대전과 무등미술대전, 전남미술대전 등이다. 더 작은 규모는 대한민국 한국화대전을 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 미술대전 입상률은 60%를 상회한다. 공모에 응하면 어찌됐든 상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상의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내세울 가치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문학분야의 신춘문예처럼 오로지 장르별 1명을 선정할 경우 상의 희소성은 엄청 부각되게 된다. 가치가 탁월해져 화단 어디서든 그 권위를 인정받을 듯 싶다.

광주를 대표하는 미술대전인 ‘광주시 미술대전’은 올해 제37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제36회 대전에는 총 1848점이 출품돼 대상 4점을 비롯해 최우수상 15점과 우수상 23점, 특선 279점, 입선 679점 등 모두 1000점이 입상됐다. 그에 앞서 ‘제35회 광주시 미술대전’에서는 15개 부문에서 총 1739점이 접수돼 대상 4점을 비롯해 총 975점이 입상했다.

지역 미술대전은 2000여명 안팎의 예비 작가들이 공모에 나서 1000여명 안팎의 입상자를 매년 배출해왔다. 2020년의 경우 광주시미술대전은 공모작 1739점 중 981점이 입상했고, 2019년 무등미술대전은 공모 1459점 중 901점이, 전라남도미술대전은 공모 2041점 중 1140점이 입상작으로 각각 선정됐다.

입상률은 자그마치 60% 안팎에 달한다. 그렇더라도 대상 수상은 여전히 어렵다. 보통 10∼12개 장르에 걸쳐 공모하지만 모든 장르에서 대상이 나오지는 않는다. 2020년 광주시전은 6개 장르에서만 대상자를 배출했다. 그만큼 대상 수상은 실력 외에 운도 따라야 한다는 후문이다.

이외에 지난해 ‘제35회 대한민국 한국화대전’에는 총 170점이 접수돼 최우수상 2점과 우수상 2점, 특선 33점, 입선 62점 등 모두 99점이 입상작으로 선정, 입상률은 50%(58.24%)를 이미 상회했다.

또 지난해 열린 ‘제39회 무등미술대전’은 작품 2071점이 접수돼 중 문화체육부장관상 1점, 대상 7점, 우수상 30점, 특선 368점, 입선 848점 등 총 1254점의 입상작이 선정, 입상률이 60%를 넘어섰다.

지난해 무등미술대전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A씨는 “작품들마다 대단한 독자성과 창의성이 돋보이고 깊이있는 숨결이 느껴졌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현대적인 경향을 확연히 보여줌으로 국제 경쟁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는 독특한 기량들이 보였었고, 인공지능(AI)을 넘어설 만한 각고의 표현기법과 땀의 연구에 숙연해졌다”면서 “회화성이 뛰어난 수작이 선정됐고, 치밀한 터치에 다양한 표현방법을 볼 수 있었다”고 평한 바 있다.

이 평이 진짜 막강한 힘을 발휘하려면 미술대전은 지금 대대적 개혁에 돌입해야 한다. 여기다 본래대로 신예작가 발굴 산실로 통하려면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새롭게 체질을 바꿔 명실상부한 미술대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한편 미술대전 관계자들은 문화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전제한 뒤, 전시 공간이 없기 때문에 광주비엔날레 전시동의 완전체 보존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현재 전시동은 절반 철거하고 거기에 공원을 조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