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코로나19로 청소년의 ‘주관적 웰빙’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주관적 웰빙이란 말 그대로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으로서 자신의 삶 전반에 대한 인지적 평가(삶의 만족)와 정서적 평가(긍정·부정정서)로 구성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는 2017년 6.99점에서 2020년 6.8점으로 감소, 긍정정서(기쁨, 자부심 등)는 2017년 7.29점에서 2020년 7.19점으로 감소한 반면, 부정정서(불안, 우울 등)는 2017년 2.67점에서 2020년 2.94점으로 올랐다. 우리나라 만 15세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67%로 조사 대상 OECD 국가 30개 중 27위로 하위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과 참여시간은 2020년, 2021년 모두 증가했다. 그만큼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방증이다. 이는 청소년기의 삶의 질이 인생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개선 노력이 그만큼 절실한 시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은 오늘 주어진 삶에 충실할 때 길러진다. 입시공부 이외의 여러 장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자기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과 사회에 의미있게 접속하고 다양한 경험 속에서 존재를 펼칠 수 있을 때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아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정책 사업이 있다. 광주시가 2020년부터 의회, 교육청, 지역사회와 함께 추진해 오고 있는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이하 ‘청주프’)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센터가 운영을 맡고 있는데, 고등학생 또래 청소년들이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이나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을 학교와 학원이 아닌 도시 곳곳에서 저마다의 방식과 속도로 배워나가는 프로젝트이다.

OECD는 ‘교육2030 프로젝트’에서 교육의 목적을 개인과 공동체의 웰빙 즉, ‘잘삶’으로 제시하고, 학습자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학습자주도성’이라 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잘삶에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료, 교사, 공동체의 협력과 지원이라는 ‘협력적 주도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청주프는 한마디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지역사회와 협력해 청소년이 잘 사는 길을 개척해나가는 데 필요한 학습자주도성을 길러주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소설창작, 앱 개발, 창업, 건축, 현대미술, 기후위기, 디지털민주주의 등 총 83개 프로젝트에 누적 535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종합만족도가 91.6점으로 매우 높고, 성과평가도 88.5점으로 높은 수준이다. 핵심역량 또한 사전검사 74.4점에서 사후검사 80.5점으로 향상됐다. 무엇보다 삶의 자신감과 더 큰 배움의 추동력이 생겼다. 이는 학교 안과 밖을 잇는 학습 시공간의 확장과 폭넓은 학습 경험으로 청소년의 주도성 함양을 지원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청소년이 ‘잘 산다’는 것은 학생 신분으로서 주어진 학업을 잘 이수하고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것이라 규정해 왔다. 그러나 학업성취도만으로 더 나은 삶이 결정되는 건 아니다. 청소년은 학생 이전에 다양한 욕구를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청소년이 잘 산다는 것은 학생이 아닌 청소년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자유롭고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행복감을 누리며 사는 것이 돼야 한다.

이제 학생으로서 잘 사는 것이 아닌 청소년으로서 잘 사는 데 초점을 맞출 때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학습 주제와 과정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도 길러진다. 그 힘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주도성으로 연결될 것이다.

한 도시의 경쟁력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시민들이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습득해 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의 학습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이제 그 도시의 몫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린 시민인 청소년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학습생태계를 만들고 지원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