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필자가 우리 지역 내 한 중소기업을 응원하고 있다. 업장은 신재생에너지연구, 설계, 설치, A/S까지 체계적으로 하는 전문기업이다.

임직원은 50~60명 내외이다. 올해가 회사설립 20주년으로 성년을 맞이하였다. 하지만 임원진을 제외하면 직원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인 젊은 회사이다. 직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3년이 채 못 된단다.

이는 일부 직원들이 업무가 손에 익을만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직사유는 훈련을 받았으니 다른 곳에서 ‘경력직 대우를 해준다며 연봉도 올려 받는다.’ ‘좋은 복지 혜택’ 등을 들며 떠나간단다.

청년들은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경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 경영자 입장에서는 직원의 잦은 이직은 골치 꺼리 증 하나이다. 하여 늘 일손 부족에 허덕여야하고 신규직원에 대한 훈련은 매달 필요하다.

며칠 전에도 신규직원 채용을 위해 면담을 하였다는 회사 대표는 ‘저는 늘 스타트업 기업을 하는 느낌이에요.’, ‘늘 직원들에게 똑 같은 훈련이 필요하니 말이에요.’라고 말한다. 신입사원에 대한 ‘업무의 툴 숙지’가 매달 반복됨에 대한 하소연이었다.

아마도 우리 지역 중소기업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짐작해 본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회사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청년들은 취업난에 곤란을 격고 있으니 말이다.

제조업 기반이 낮은 우리 지역사회에서의 중소기업의 역할은 지대하다하겠다.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기대는 대기업만을 올려보는 취업에서 자신의 전공과 적성에 맞는 중소기업을 찾아 선택하는 것도 아름다운 길 중에 하나이다.

얼마 전 응원하는 회사를 방문한 날 20대 말의 한 청년 직원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오늘 현장 출장이 있어서 아침 7시에 출근했다.’ 라고 말하며 출장에 필요한 경비 지출을 위해 카드를 챙겼다. 이어 안전모를 안고 현장으로 출발하는 그의 엷은 미소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불안을 털어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 청년이 속한 청년기에 관해 응원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있다, 청년기본법 제정이 2020년 8월에 이루어져 2년이 못된 상태이다. 이법에서 청년의 연령은 19세에서 34세라고 규정하고 있다.

19세에서 34세라고 하면 사회심리학자인 에릭슨은 인간생애발달과정 8단계 중 6단계인 성인초기로 분류하고 있다. 이 시기는 청소년기에 형성된 자아정체성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의 정체성과 자신의 정체성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시기이다. 하여 사회적 친밀감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사회적 친밀감 형성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외로움, 고립감,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청년이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개인화와 공동체의 소멸이라는 사회적 변화가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정보화로 인한 광연결화라는 기술적, 기계적 변화는 청년들에게 사회와 연결하지 못하고 외부적, 내부적으로 고립화 경향이 짙다. 사회적 고립을 노인의 문제로만 인식하였으나 청년의 사회적 고립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인간발달단계에서 겪는 특징에 사회경제적 충격이 가해진다면 그 특징들이 더 들어나게 된다. 우리 사회는 1990년 말의 IMF위기, 2000년대 중반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사회경제적 위기를 맞았다. 이 충격의 여파는 청년세대에게 직격탄이 되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중소기업의 폐업으로 이어지면서 청년들에게는 취업난에 봉착하게 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 때 청년 실업자가 150만 명이 넘은 적도 있다. 학교에서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게 되어 자산형성, 결혼, 주거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가 복합적인 성격을 갖게 되어 일자리, 주거, 복지·문화, 참여·권리에 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청년세대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하고 그들이 만드는 미래를 응원하는 법적 장치는 마련되었지만 실제 청년 당사자들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단다. 현재 중앙과 지방의 청년정책은 기존의 정책을 추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선언적인 정책들이 많다. 특히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 등에 관해서는 사후적, 임시적 처방에 급급한 편이다. 앞으로의 청년 정책은 당사자를 직접 지원하는 것과 청년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담아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고립 등에 대해서는 사전적, 예방적 차원의 촘촘한 정책이 필요하다.

며칠 후면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대표들이 탄생할 것이다. 새로운 리더들에게 위에 든 안전모를 쓴 청년의 미래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 지역 실정에 맞는 실질적인 청년 정책의 구상과 실천을 기대한다.